[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또 다시 결정적인 홈런포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오타니는 10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 11-11로 맞선 9회초 결승 3점홈런을 쏘아올리며 14대11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다저스는 8-11로 뒤진 9회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선두 프레디 프리먼의 내야안타에 이어 앤디 파헤스의 좌측 2루타, 키케 에르난데스의 좌익선상 2루타, 맥스 먼시의 우전안타로 순식간에 동점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이어 김혜성이 먼시의 대주자로 1루로 나간 가운데 계속된 1사 1,2루에서 오타니가 타석에 들었다. 이때 애리조나는 투수를 케빈 긴클에서 라이언 톰슨으로 교체했다.
오타니는 볼카운트 1B2S에서 톰슨의 4구째 81.1마일 스플리터가 몸쪽으로 떨어지자 그대로 걷어올려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발사각 26도, 타구속도 113마일, 비거리 426피트짜리 시즌 12호 홈런. 최근 7경기에서 5홈런을 몰아친 오타니는 홈런 부문서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 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와 함께 양 리그 통합 공동 선두로 마침내 올라섰다.
홈런임을 직감한 오타니는 그 자리에서 양팔을 든 뒤 타구가 넘어가는 걸 확인하고 힘차게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MLB.com은 이 순간을 '순간의 부름에 오타니 쇼헤이가 또 응답했다'고 표현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이런 경기는 흔하지 않다. 우리가 초반에 득점을 많이 했지만, 상대가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우리도 다시 역전했다. 정말 짜릿한 경기였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OptaSTATS에 따르면 다저스는 '첫 리드를 잡았지만 2점차로 역전을 당해 끌려가다 다시 5점차로 앞선 뒤 다시 3점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3점차로 전세를 다시 뒤집어 이긴' 최초의 팀이다.
그 주역은 역시 오타니였다. 오타니는 앞서 1회초 체이스필드 가운데 담장 상단을 때리는 2루타를 날린 뒤 프리먼의 희생플라이로 선취 득점을 올렸고, 2-3으로 뒤진 2회 2사 1루서는 좌중간 2루타를 쳐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날 6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의 맹타를 터뜨린 오타니는 홈런 부문 전체 공동 선두로 올라서면서 모든 수치를 '디펜딩 MVP'다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타율 0.304(148타수 45안타), 12홈런, 20타점, 43득점, 26볼넷, 10도루, 출루율 0.408, 장타율 0.655, OPS 1.063, 97루타를 마크했다. 득점은 양 리그를 합쳐 단독 선두이고, NL에서 타율 9위, 도루 공동 5위, 출루율 4위, 장타율 1위, OPS 2위, 루타 1위에 올라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를 역대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배리 본즈와 견주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와 배리 본즈를 놓고 말하자면, 둘은 내가 본 최고의 선수들"이라며 "난 배리와 함께 뛴 적이 있다. 그러나 클러치 상황에서 오타니와 비슷한 타격을 한 타자를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즉, 통산 홈런 1위(762)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본즈와 오타니를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으면서도 둘을 견주어 봤을 때 클러치 상황에서 오타니 만큼 잘 치는 타자는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현역 시절인 2007~2008년 두 시즌 동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다. 본즈는 43세이던 2007년 시즌을 끝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은퇴했다. 2007년 로버츠는 중견수, 본즈는 좌익수로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본즈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스테로이드 시대를 대표하던 선수로 낙인 찍혔지만, 통산 7번의 MVP를 차지하는 등 역대 최고의 타자로 봐야 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