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감독님의 생각에 동의했다."
완봉승. 프로야구 투수가 평생 한 번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어려운 기록이다.
그래서 기회가 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도전을 한다. 완봉승을 한다고 연봉이 확 뛰는 것도 아니고, 상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선수 개인의 명예다.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11일 고척스카이돔. 한화 외국인 투수 와이스는 8회까지 93개의 공을 던졌다. 1안타 9삼진으로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하고 있었다.
타선도 9회초까지 8점을 내줬다. 점수차도 여유있는 상황. 11연승 중이라 분위기도 좋고 투구수도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충분히 완봉에 도전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화-일요일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면 모를까 어린이날 특수한 상황으로 와이스는 5일 월요일에 던진 후 5일 쉬고 등판이었기에 무리한 도전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양상문 투수코치가 9회말 시작 전 공을 들고 마운드에 올라왔다. 이미 김종수가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교체였다.
와이스는 지난해 대체 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고 KBO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완투, 완봉승이 없었다. 그런데 왜 좋은 기회에 더 던지지 않았을까.
엄청난 연승에도 들뜨지 않고, 시즌을 길게 본 김경문 감독의 냉철한 판단이었다. 와이스는 경기 후 "지난 경기들에서 100개 넘게 던진 경기들이 많았다. 감독님께서는 오늘 경기는 93개 투구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나도 그 부분에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와이스는 5일 삼성 라이온즈전 107개의 공을 던졌었다.
와이스는 이닝 중간 김 감독에게 뭔가 얘기를 하는 모습이 있었다. 더 던지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했던 걸까. 와이스는 "다른 선발 동료들이 '93개 던졌는데 왜 더 던지지 않느냐'고 놀리더라. 그래서 그 상황을 감독님께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며 왜 투수 교체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와이스가 완벽한 투구로 상대 타선을 막아준 덕에 경기를 우리 분위기로 끌어갈 수 있었다. 좋은 투구로 팀 승리를 지켜준 와이스 선수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와이스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경기 후 만난 양상문 투수코치 역시 "본인이 조금 힘든 기색을 내비쳤다. 그리고 직전 경기 많이 던졌기에, 앞으로 일정을 고려하면 던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괜히 완투, 완봉 등 기록에 도전하다 투구수가 많이 늘어나 밸런스가 무너지고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양 코치는 "낭만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농담섞인 말에 "낭만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받아치며 웃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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