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두 경기 연속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 반칙을 내주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 페널티킥을 모두 막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울산)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며 다시 '승리 영웅'으로 우뚝 섰다.
조현우는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팀이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8분 제주 공격수 유리 조나탄의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전반 4분 루빅손의 선제골로 앞서간 울산은 후반 7분 유리 조나탄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19분 에릭이 다시 앞서가는 골을 넣었지만, 후반 44분 김민혁이 누적경고로 퇴장당해 수적열세에 놓였다. 하지만 조현우의 선방으로 2대1 승리를 지켰다.
조현우는 "힘든 원정이었지만 승리하자고 (선수들끼리)말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분 좋게 울산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라고 들뜬 소감을 말했다.
조현우는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선 "우선 막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코치가)보내준 영상으로 분석을 했다. (조준호 골키퍼 코치와)짧은 순간 만났을 때 코치가 가운데에 서있으라고 해도 그곳에 서있었을 거다. 골키퍼들은 몸보단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조 코치는 그런 멘털을 잘 케어해주는 정말 좋은 지도자"라고 조 코치의 도움으로 선방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유리 조나탄은 지난해 페널티킥으로 5골을 넣었다. 페널티킥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위축이 되었는지 슛이 조금 약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조현우는 불과 6일전인 지난 5일 포항과의 12라운드 홈 경기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주닝요의 페널티킥을 선방하며 1대1 무승부를 뒷받침했다. 당시에도 페널티킥 선언 이후 울산 벤치쪽으로 달려가 조 코치와 '긴급 미팅'을 했다. 이날 제주 원정팬의 야유와 제주 코치진의 항의를 받으며 '미팅'을 하고 돌아온 조현우는 "벤치로 가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다음에 그런 상황이 또 나오더라도 코치님을 만나고 싶다. 분명히 상대팀은 접촉에 대해 민감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신호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조준호 코치가 항상 모든 상대팀 체크를 다 한다. 핸드볼 개념이 다르다는 생각, 지난 경기와 똑같이 마지막 순간에 왜 그렇게 됐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었지만, 한켠으론 (조현우를)신뢰하고 있었다. 페널티킥을 두 번이나 막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탁월하다"라고 엄지를 들었다.
5월 들어 3경기에서 2승1무, 무패를 질주한 울산은 승점 24로 같은 라운드에서 서울과 비긴 선두 대전(승점 28)을 승점 4점차로 추격했다. 김 감독은 "사선을 넘었다. 최선을 다해 고비를 넘기려고 애써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가 어려운 시간을 넘기고 있는데, 골이 터지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4월말부터 결과는 안 좋아도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 팀에 끈끈함이 생겼다"라며 "자존심이 많이 상해있는 울산 팬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의 리그 3연패 주역인 조현우는 "오늘 승점을 얻었지만, 아직 부족하다. 울산은 더 잘해야 한다.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압박하는 팀이 되도력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현우는 시즌 초 안면 부상을 당한 뒤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서서히 '폼'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좋은 선방에 나와 자신감이 오른 것은 맞지만, 여전히 경합 상황에서 두려움이 있다. 훈련에서 더 과감하게 하려고 한다. 그래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게 아무래도 시야 측면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나오는 듯하다"라고 했다. 제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