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도대체 무슨 일이야."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1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4-0으로 완승한 뒤 선수단 단체 미팅을 소집했다. 김 감독은 경기를 마치자마자 코치진부터 선수들까지 싹 다 라커룸으로 불렀다. 승리는 했지만, 경기 내용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 점수를 더 뽑을 수 있는 기회에서 엉성한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거나 주루 실수로 허무하게 이닝이 끝나는 등 김 감독의 심기가 불편할 만한 장면이 포착됐다.
롯데 관계자는 "좋은 분위기이긴 했지만, 감독님께서 디테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때일수록 더 집중하자고 하셨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에도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 내용과 관련해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으면 미팅을 소집하곤 했다. 문제가 있을 때 바로 지적하고, 지적한 뒤로는 다시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게 김 감독의 스타일이다.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한 내야수 손호영은 "더 집중하라고 하셨다. 선수단 지금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아니까 더 집중하라고 하셔서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미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15일 현재 시즌 성적 25승17패2무로 3위를 달리고 있다. 4위 NC 다이노스와는 4.5경기차로 벌려놨고, 2위 한화 이글스에는 2경기차로 따라붙었다. 2017년 이후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상위권 도약이 걸린 기회인 만큼 김 감독은 선수단을 독려하며 팀을 끌고 가고 있다.
롯데는 이날 대체 선발투수 한현희를 내세워 값진 승리를 챙겼다. 4⅓이닝 83구 5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승리 투수 요건은 챙기지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투구였다. 슬라이더(41개)와 직구(36개) 위주로 KIA 타자들을 요리했고, 체인지업(4개)과 투심 패스트볼(2개)도 보여주는 공 정도로 활용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 평균 143㎞를 기록했다.
한현희가 내려간 뒤로는 정현수(1⅔이닝)-송재영(⅓이닝)-박진(⅓이닝)-정철원(1⅓이닝)-김원중(1이닝)이 팀 영봉승을 합작했다.
타선에서는 레이예스가 4타수 3안타 1볼넷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손호영은 시즌 마수걸이 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나승엽은 결승타를 장식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올 시즌 첫 선발 출전한 한현희가 4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잘 던져줬다. 이어 나온 불펜들도 제 몫을 다해줘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추가점이 필요한 2점차 타이트한 상황에서 손호영이 홈런을 쳐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한현희는 "팀이 좋은 분위기 속에 있었지만, 더블헤더, 부상 등으로 선발 투수의 자리를 채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었다. 팀이 필요한 시점에 맡은 역할을 다하고 싶었고, 다음 경기에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손호영은 팀이 3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준우 형과 (정)훈이 형, (김)민성이 형 등 베테랑 형들이 잘 이끌어 주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다 같이 으X으X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항상 경기 전에 미팅할 때 선수들끼리는 분위기가 좋다. 형들이 잘해 주고, 또 우리는 형들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