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15년 만의 재회였지만, 3일 만에 삭제된 엔딩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 출연진이 광고 촬영을 위해 15년 만에 만났지만, 배우 황정음은 '43억 원대 횡령 혐의' 여파로 해당 광고 공개 사흘 만에 빠지게 됐다.
대상웰라이프 뉴케어는 지난 15일 황정음이 출연한 광고 영상과 포스터를 공식 유튜브와 SNS 채널에서 삭제했다. 해당 광고가 처음 공개된 건 지난 12일로, 불과 사흘 만의 조치다.
광고 캠페인에 맞춰 진행된 이벤트도 조기 종료됐다. 지면 광고에서는 황정음만 제외된 버전이 다시 등장했다. 공식적인 사유는 '내부 사정'으로 전해졌지만, 업계에서는 황정음의 '횡령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해당 광고는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주역들이 15년 만에 재회해 촬영한 콘텐츠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황정음 역시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지붕 뚫고 하이킥', 소중해"라는 글과 함께 광고 촬영 현장에서의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광고 속에서 황정음과 최다니엘이 부부로 등장해 어린 딸과 함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담겨, 시트콤 본편의 결말 이후를 상상하게 하는 '또 다른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다. "이게 진짜 엔딩"이라는 반응까지 나왔지만, 이후 알려진 황정음의 횡령 혐의는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단숨에 식게 만든 모양새다.
황정음은 2022년 초 자신이 소속된 기획사가 대출받은 자금 중 7억 원을 가지급금 형태로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으며, 같은 해 12월까지 총 43억 4000여만 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피해를 입은 기획사는 황정음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 법인으로, 검찰은 이 중 약 42억 원이 가상화폐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사실은 지난 15일 제주지법 형사2부(임재남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황정음 측이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황정음을 서둘러 삭제한 광고계에 이어, 방송계 역시 신중한 대응에 들어갔다. 황정음은 SBS플러스,E채널 예능 '솔로라서'에 출연 중이며, 오는 20일 방송되는 마지막 회 촬영까지 마친 상태다. 현재 제작진은 황정음의 분량에 대한 편집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프로그램의 MC이자 대표 얼굴인 만큼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황정음은 해당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던 15일 소속사 와이원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부끄러운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잘 알지 못하는 코인 투자에 뛰어든 미숙한 판단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광고주와 방송사에는 사전에 관련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황정음은 지난 15일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는 스스로 자신의 '횡령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정음은 불과 사흘 전인 12일 해당 광고 사진과 함께 "소중해"라는 글을 SNS에 남겼다. 통상적인 검찰 기소와 공판 준비 절차 및 시점을 따져봤을 때, 황정음이 광고 사진을 올린 당시는 이미 횡령 리스크를 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황정음이 광고 콘텐츠가 공개되는 시점까지도 광고주 측에 자신의 횡령 리스크를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광고주 입장에서 황정음의 형사 재판 여부는 사생활 이슈를 넘어,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중대한 계약 변수다. 뉴케어 측이 광고를 급히 내리고, 이벤트를 조기 종료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솔로라서' 제작진이 해당 사건을 방송 직전이 돼서야 인지한 상황이라면, 이 또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연예인의 사적 행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광고와 방송처럼 이미지와 신뢰를 자산으로 삼는 업계에서는, 해당 사실을 미리 알리고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 지점에서 황정음은 많은 이의 계산에서 마이너스를 안긴 분위기라, 더더욱 뼈아픈 논란으로 읽힌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