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받치는 감격에 눈물까지 흘리며 자신의 기록을 깬 투수에게 '1이닝 더?'라고 물어본 류현진. 유쾌한 장난이었다. 류현진은 곧바로 폰세를 뜨겁게 안으며 대기록을 축하했다.
한화 이글스의 '괴물 투수' 코디 폰세가 KBO 역사에 남을 압도적인 투구로 신기록을 작성했다.
폰세는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단 2안타만을 허용하고 무려 1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폰세가 기록한 18탈삼진은 9이닝 기준으로 KBO 역대 신기록이며, 이닝과 관계없이 역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이다.
종전 9이닝 기준 최다 탈삼진 기록은 류현진이 2010년 5월 11일 청주 LG전에서 작성한 17개였다. 또한, 선동열이 1991년 6월 19일 무등 빙그레전에서 13이닝을 던지며 기록한 18탈삼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다.
폰세는 이날 경기 전까지 10경기에 등판해 8승 무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시즌 초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을 깨고 싶다고 밝혔던 폰세는 이날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폰세는 "류현진의 대기록을 같은 팀 메이트로, 같은 한화 홈 경기에서 기록했다는 게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류현진도 자신의 기록을 깬 폰세를 뜨겁게 포옹하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류현진은 폰세가 8회까지 113개의 투구를 마친 후 내려오자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검지를 들어 보이며 '1이닝 더?'라고 물었다. 류현진의 장난에 폰세가 활짝 웃었고, 이어 류현진은 폰세를 뜨겁게 포옹하며 자신의 기록을 깬 '후배'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폰세는 "류현진 선배가 기록을 많이 세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몇 개의 탈삼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7회쯤 되니 신기록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양상문 투수 코치의 배려도 빛났다. 폰세는 "양상문 코치님도 오늘 제 뜻을 알고 계셨다. 특별히 그만 던지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고, 8회에도 '얼굴 한번 보러 왔다'고 말씀하시더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노히트 노런에 대한 질문에는 "커리어에서 몇 번 경험이 있었지만, 8, 9회는 쉽지 않은 기록이라 크게 부담은 없었다"고 쿨하게 답했다.
이날 폰세는 17번째 삼진을 잡아낸 후 마운드 위에서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당시 심정을 묻는 질문에 폰세는 "2017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어머니께서 이 모습을 관중석에서 보셨다면 정말 자랑스러워하셨을 텐데, 그 순간 하늘에서 보고 계실 어머니 생각이 났다"며 다시 감정에 북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폰세는 밝게 웃으며 "사랑해요 엄마. 그리고 이제 저 TV에도 나오니까 보실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는 TV 중계가 안 돼서, 살아계실 때 어머니께서 '빨리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져라. 그래야 내가 널 TV로 볼 수 있지 않겠니'라는 농담을 자주 하셨다"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이날 폰세의 경기는 아내도 지켜봤다. 현재 임신 중인 폰세의 아내는 올 10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폰세는 "곧 아빠가 된다. 딸아이가 태어날 텐데, 저에게는 너무나 큰 동기부여가 된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 아기가 저에게 올해 모든 운을 몰아주는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0월 출산을 한국에서 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아마 플레이오프에 가게 되면 한국에서 낳을 것 같다. 플레이오프 베이비가 될 수도 있다"며 웃었다.
폰세가 한국에서 딸을 낳을 수 있을까? 딸바보가 된 폰세가 가을 야구에서 활약하는 모습, 한화 팬들에게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