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손흥민(33·토트넘)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돈을 갈취하거나 미수에 그친 일당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윤원묵 부장판사는 17일 공갈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양모씨와 공갈미수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용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4일 양씨와 용씨를 체포해 조사했고, 1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양씨와 용씨에게 각각 공갈, 공갈미수 혐의로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흥민의 전 연인인 양씨는 지난해 6월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3억여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A씨는 '임신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용씨는 올해 3월 손흥민 측에 접근해 7000만원을 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용씨는 양씨와 교제하며 협박 사실을 뒤늦게 알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씨는 '공갈 혐의를 인정하느냐', '아직도 손흥민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는가', '손흥민에게 할말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구속심사를 마친 뒤에는 '협박을 공모했느냐'는 질문에 짧게 "아니요"라고 답했다.
용씨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섰으나 구속심사 뒤 '손흥민 선수에게 할 말이 없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손흥민 소속사인 '손앤풋볼리미티드'는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겠다며 선수를 협박해온 일당을 공갈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이므로 수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알려드리겠다'며 '명백한 허위 사실로 공갈 협박을 해온 일당에게 선처 없이 처벌될 수 있도록 강력 법적 대응할 것이며, 손흥민 선수는 이 사건의 명백한 피해자'라며 밝혔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고소는 해외에서도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손흥민은 논란을 뒤로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그는 17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애스턴빌라와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에서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11일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 마지막으로 출전한 이후 발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는 EPL 4경기, 유로파리그 3경기 등 7경기에 결장했다.
손흥민은 한 달만인 11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36라운드에서 복귀했다. 하지만 교체 출전으로 예열만 했다. 손흥민은 9경기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토트넘은 애스턴빌라에 0대2로 패했다. 하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애스턴빌라전은 결승전에 대비한 리허설이다. 손흥민의 과제는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후반 29분 도미닉 솔란케와 교체된 손흥민은 74분을 소화했다.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 스타디움에서 EPL 라이벌 맨유와 대망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준비가 돼 있다. 그래서 선발로 냈다. 70~75분을 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리듬을 되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며 "최근 몇 명의 핵심 선수를 잃었다. 이제 손흥민을 되찾았다. 경험 많은 선수를 확보한 것이다. 경험 많은 선수가 있는 것만으로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스포츠조선과의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경기 시간을 채워 나가는 게 중요하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컨디션 올리고 있다. 오늘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 템포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번에 경기에 뛰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거 치고는 경기에 잘 녹아들었다. 긍정적인 부분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EPL에서 17위(승점 38·11승5무21패)에 머물렀다. 1992년 EPL 출범 이후 단일 시즌 리그 최다 패배는 또 새롭게 쓰여졌다. 1997~1998시즌(승점 44·11승11무16패)의 역대 최저 승점도 갈아치웠다.
손흥민은 "리그에서 너무 성적이 안 좋다 보니까 선수들이 어떻게 보면 주눅들고 위축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선수들한테 좋은 얘기들을 좀 많이 해주면서 자신감과 분위기를 올리는 데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워낙 말 잘 들어주고 또 존중해 주고 하니까 뭐 결승전에는 분명히 문제없이 차질 없이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