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아이돌 출신은 록을 하면 안 되는 걸까. 가수 김재중이 거침없는 록 스피릿과 음악적 열망을 드러내며,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했다.
김재중은 19일 서울 상암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새 EP '뷰티 인 카오스' 간담회를 열고, 신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 앨범은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담았다. 총 다섯 곡이 수록된 '뷰티 인 카오스'는 강렬한 록 사운드를 중심으로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감성적인 록 발라드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들로 구성됐다. 김재중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파워풀한 보컬이 전곡에 녹아들며,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여실히 드러낸다.
타이틀곡 '록 스타'는 격렬한 사운드와 함께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재중은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곡이다. 원래는 제가 작사는 하려고 노력하는데, 작가님이 써주신 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존대로 가기로 했다"며 곡을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록이라는 장르가 오래 전부터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록이 아니라도 어떤 장르라도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다고 본다. 표현에 대한 갈망과 갈증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음악을 통해 갈증해소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짚었다.
록 장르에 맞춘 파격적이고 와일드한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도 화제를 모은다. 그는 "불, 물, 꽃, 햇살 등 다양한 자연 요소가 담긴 파격적인 콘셉트"라며 "무거운 일렉기타를 부수고, 거울 과녁을 향해 던지는 장면까지 모두 실제로 촬영했다. 실전처럼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돌렸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무엇보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록병 완치됐다'고 말한 것과 달리, 다시 록으로 돌아와 눈길을 끈다. 김재중은 "록병은 완치가 된 것 같다. 재발을 시키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되게 힘들더라. 당시 중2병처럼 걸린 병이었던 것 같다. 최대한 그 느낌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겠다. 사실 '나는 록을 사랑해, 록은 내 인생이야'할 정도는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록 아니면 안 되는 분들이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는 말씀 드릴 수 있다. 저에게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장르이기도 하다. 어떤 소리와 행위를 입혀도 자유로움이 변하지 않는다. 솔로 활동을 하면서, 뭔가 나한테 열심히 도전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게 해주는 음악이다"고 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돌 출신으로서 록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했다. 김재중은 "그룹 활동은 회사에서 음악을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해주는데, 솔로는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이 있고 그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밟게 된다. 그 중에서도 선배가 어려운 길을 먼저 열면 후배들에게 쉬울 거라 생각한다"라며 먼저 운을 뗐다.
이어 "록이란 장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예전보다 열린 것 같다. 1세대라고 한다면 (문)희준 형이 어렵게 열어주신 것 같다. 아이돌이 록을 한다는 것은 나쁜 것이냐. K팝에서도 엔터업계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록이라는 장르만 아이돌이 도전하기 꺼려하는 것 같다. 그래도 친구들이 열려있는 것 같다. 스트레이 키즈 친구들이 제 무대를 보고, 향후 솔로를 하게 되면 어떤 길을 가야할 것인지를 생각 많이 한다더라. 또 NCT 유타처럼 록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보면 기분이 좋고 공연도 보러 가고 싶다"고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잘 팔리고 많이 들리는 음악이 아니라도, 리스크를 감안하면서도 도전하게 하는 자체가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제가 하는 일도 후배들에게 '우리 참 잘했다'고 박수쳐주고 싶다"고 뿌듯한 마음을 표했다.
또 "김바다 선배님이 제 솔로 첫 곡을 써주시고 디렉팅을 봐주셨는데 '너희 같은 친구가 록 장르에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너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래도 그걸 십몇 년 째 꾸준히 도전할 줄 몰랐다. 이 자리를 빌려 김바다 선배님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김바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재중 밴드'가 구성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김재중은 "멋진 친구들을 찾아 밴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들의 독립성을 해치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록 스타'에 대해서는 "죽기 전까지 표현의 자유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음악방송도 기대 포인트다. 2004년 동방신기 멤버로 데뷔한 그는 2009년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후 법정 공방을 벌였고, 이후 JYJ 멤버와 솔로 가수로 활동해왔지만 지상파 음악방송에 얼굴을 비추지는 못하다 지난해 음악방송 무대에 16년 만에 올라, 반가움을 산 바 있다.
김재중은 "이미 많이 찍어놨는데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하나둘씩 공개가 될 예정이다. 음악방송의 경우는 후배분들의 타이밍을 방해하는 선배가 되고 싶지 않다. 후배들이 꼭 나가야 하는 타이밍 다 잡으시고, 좀 여유가 있는 공간을 보고 있다. 그때 출연하면 좋지 않을까하고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앨범에는 후배들과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1번 트랙 '카오스'는 같은 소속사 세이마이네임의 히토미와 카니가 '히카미'라는 공동 작사명으로 참여했다. 김재중은 "친구들의 감각을 믿었고, 예상 못한 가사가 나와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5번 트랙 '골 인'은 위너 강승윤이 작사에 참여했다. 김재중은 "처음 만났는데 두 시간 만에 친해졌다. YG 제작 이사님도 저에게 '승윤 씨와 곡 작업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하시더"고 했다.
그는 "공연에서는 록 비중이 99%다. 팬들도 처음엔 어색해하다가 점점 리듬을 타는 모습을 보면 짜릿하다"며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뷰티 인 카오스' 서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최근 일본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그는 "과거에는 일본 활동이 한계였지만, 지금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후배들이 잘해줘서 고맙고, 나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재중의 EP '뷰티 인 카오스'는 19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