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케인, 우리도 우승했어!"-"축하해" 손-케 듀오에게는 끈끈한 무엇이 있다, 2025년 나란히 '무관 탈출'[손흥민 우승]

by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케 듀오'의 인연은 특별하다.

2024~2025시즌 함께, 지독한 무관을 끊어냈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핸)이 시작이었다. 바이에른은 2024~20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에 섰다. 지난 시즌 정상을 놓치며 12연패에 실패한 바이에른은 올 시즌 다시 정상을 탈환하며, 통산 34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케인에게는 감격의 우승이었다. 그는 잉글랜드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20경기에 출전해 무려 213골을 터뜨렸다. '레전드' 앨런 시어러에 이어 EPL 통산 득점 2위에 자리했다. 로 평가받았지만, 단 한차례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토트넘에서 2015년과 2021년 카라바오컵, 2019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두 번의 유로 대회에서 모두 2위에 머물렀다.

우승의 갈증으로 결국 토트넘과 작별했다. 케인은 2023년 여름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케인의 무관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바이에른은 지난 시즌 단 한개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슈퍼컵, 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 DFB포칼까지 모두 빈손이었다. 2011~2012시즌 이후 12년만의 굴욕이었다. 매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킹슬리 코망의 유관력도 케인의 저주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올 시즌도 위기가 있었지만, 기어코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케인은 올 시즌에도 25골을 넣으며 변함없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한 케인은 우승 확정 직후 고급 레스토랑에서 선수단과 광란의 파티를 즐겼다. 맥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시가까지 피웠다. 맥주 세례에도 싱글벙글이었다.

케인은 "개인 수상을 한 것보다 팀 우승이 더 기쁘다. 모든 걸 내려놓은 느낌인데 첫 우승인 만큼 선수로서 더 발전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내 한계를 계속 시험하면서 더 많은 걸 이루고 싶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에릭 다이어와 같이 우승을 하고 축하를 전하는 건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독한 한을 털어낸 케인의 시선은 친정팀 토트넘에 향했다. 케인은 "토트넘이 결승에 오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한다. 힘든 시즌을 보내는 와중에 UEL 결승에 오른 건 대단한 업적이다. 어려운 상대들을 꺾고 올라왔다. 토트넘이 우승을 하길 지켜보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이어 "토트넘이 자랑스러운 승리를 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한 경기만 남은 상황인데 토트넘에 매우 중요하다. 토트넘이 최선을 다해 우승을 하길 바라며 우승을 하면 모두가 기뻐할 것이다"고 했다.

케인과 함께 발군의 호흡을 맞췄던 손흥민이 무대에 섰다. 둘은 EPL에서만 무려 47골을 합작했다. 디디에 드록바-프랭크 램파드의 36골을 넘어선 압도적 1위다. 손흥민은 케인과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는 "문자를 보냈는데 영상 통화가 오더라. 상당히 기뻐하는 모습에 너무나도 기뻤다. 워낙 친한 친구이고 같이 많은 것을 이뤄낸 동료로서 정말 너무나도 가족 일처럼 기뻤다. 그런 좋은 기운들, 케인 선수가 응원해 주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손흥민도 마침내 한을 풀었다.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맨유와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전반 42분 터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리그컵, FA컵을 모두 놓친 토트넘은 무관에서 탈출했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을 들어올린 이후 무려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았다. 유럽대항전 우승은 1983~1984시즌 당시 UEFA컵 우승 이후 41년 만이다.

손흥민도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났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한 우승 기록이었지만 아시안게임은 FIFA 주관 대회가 아니다. 2018~2019시즌 UCL 2020~2021시즌 리그컵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케인에 이어 마침내 커리어에 우승 트로피를 더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뭐라고 해야 할까? 해리, 우리도 드디어 우승했어"라며 웃었다. 케인도 SNS 스토리에서 우승을 기념하는 토트넘 선수단 사진에 "Congratulations(축하해)"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더이상의 눈물은 없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