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 또한 하늘이 정한 운명일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역대 최고의 듀오인 동시에 '무관 듀오'라는 조롱을 받았던 손흥민(33·토트넘)과 해리 케인(32·바이에른뮌헨)이 같은 시즌에 운명처럼 우승컵을 들었다.
'김민재 동료' 케인이 먼저 2024~2025시즌 독일분데스리가 조기우승으로 기나긴 무관을 씻었고, 케인의 응원을 받은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에서 열린 맨유와의 유럽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팀이 1대0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었다. 후반 22분 교체투입해 팀 승리에 기여했다.
손흥민과 케인은 토트넘에서 8시즌 동안 호흡을 맞추며 역대 최다인 47골을 합작하며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 듀오로 명성을 떨쳤다. 케인은 2022년 4월 한 인터뷰에서 "난 와이프보다 손흥민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경기장 밖에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그런 부분이 경기장에서도 나타난다고 생각한다"라고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손흥민 역시 주저하지 않고 케인을 늘 최고의 파트너로 칭했다. 둘은 경기장에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였다. 손흥민과 케인, '손케듀오'를 앞세운 토트넘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선까지 다다랐다. 토트넘이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2023년 여름 케인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토트넘을 떠날 때까지 끝끝내 우승을 합작하지 못한 채 슬픈 이별을 맞이했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던 손흥민과 케인은 헤어진 첫 시즌 나란히 무관에 그쳤지만, 두 번째 시즌 일평생 꿈꾸던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케인은 '손흥민과 친구들'이 우승을 확정한 직후 토트넘의 우승 포스터를 공유하며 "축하한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거의 모든 동료가 팀을 떠나는 상황에서 끝까지 남아 토트넘에 우승을 안긴 손흥민이 2년 전 팀을 떠난 케인을 넘어섰다고 평했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만에 트로피를 안았고,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우승한 건 1984년 이후 41년만이다.
태극기를 두르고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린 손흥민은 "오늘만큼은 나도 (토트넘의)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7년간 아무도 하지 못한 걸 해냈다. 모두 함께 즐기고 축하하자"라고 들뜬 소감을 말했다.
"정말 놀라운 기분이었다. 정말 꿈이 이뤄진 것 같았다. 내가 평생 쏟아온 노력과 헌신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거다. 정말, 정말 행복했다. (난)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 그리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이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많은 압박과 비판을 받았다. 나 역시 주장으로 힘든 시기를 함께 겪었다"며 "우리는 선수끼리 똘똘 뭉치려고 했다. 난 항상 긍정적으로 말하고, 조언하려고 노력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운이 좋았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국인 주장으로 처음 유럽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린 손흥민은 끝으로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한국시각으로 새벽 4시부터 가족처럼 응원해준 팬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