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은 있다고 생각하니…."
김택연(20·두산 베어스)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1이닝 2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0-4로 끌려가던 두산은 7회말 오명진의 1타점 적시타로 침묵을 깼다. 8회말에도 오명진은 1타점을 올렸고, 이후 만루 찬스를 만든 두산은 임종성의 홈런으로 6-4로 경기를 뒤집었다.
두 점 차 리드. 9회초 마무리투수 김택연이 올랐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택연은 첫 해부터 19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내 마무리투수로 우뚝 섰다.
올 시즌 역시 마무리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련의 시간은 있었다. 시즌 초반 출발은 좋았다. 개막 이후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뒷문을 확실하게 단속했다. 그러나 4월 말부터 조금씩 실점이 이어지기 시작했고, 5월에는 13일까지 7경기에서 홈런 세 방을 허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홈런을 두 방밖에 내주지 않았던 김택연이었던 만큼, 낯선 모습이었다.
두산은 일단 김택연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했다. 조금 더 여유있는 상황에 기용하면서 자신감을 찾게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 14일 한화전을 앞두고 "김택연은 구위는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실패가 있다보니 심리적으로 쫓기는 기분이 있을 거 같다"라며 "(김)택연이를 향한 믿음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 스태프와 택연이와 면담을 했는데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살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편안한 상황에서 공을 던지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14일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김택연은 이후 3경기 정도 조정 과정을 거쳤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공을 던졌다.
22일 SSG전. 두산은 8회말 임종성의 역전 만루 홈런으로 2-4에서 6-4로 경기를 뒤집었다.
두 점 차 리드. 김택연은 경기를 마무리짓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최준우에게 안타를 맞았고, 대타 최지훈에게도 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2루 위기에서 조형우의 유격수 땅볼로 1사 1,3루가 된 가운데 채연우의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실점을 했다. 2사 2루로 계속해서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 그러나 김찬형을 상대로 2B2S에서 151㎞ 직구를 한가운데 꽂아넣으면서 삼진을 이끌어냈다.
경기를 마친 뒤 김택연은 "팀이 5연패 중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승리를 간절하게 원했다. 특히 입단 동기인 종성이가 빛난 경기였기 때문에 더 지키고 싶었다"라며 "최근 마무리에서 잠시 내려왔었는데 다시 팀의 승리를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오늘 마운드에 올라갈 때 부담감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걱정이라기보다는 이번 경기를 잘 해내야지 다음이 있기 때문에 한경기 한경기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음고생이 컸던 상황. 김택연은 "당연히 마음이 불편했다. 이겨내야 되기 때문에 준비를 잘하려고 했다. 힘든 순간은 누구나 다 있으니 그 순간 잘 극복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아웃카운트 하나하나의 의미가 나에게는 정말 컸다. 좋지 않은 날이 많아서 준비를 잘하려고 했다. 오늘 또 좋지 않았지만, 잘 막아서 다행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팬들의 응원 또한 김택연에게는 큰 힘이 됐다. 김택연은 "지금은 구위나 제구가 많이 올라온 상태다. 최근에 팬분들께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는데 오늘 외야에 팬분들께서 제 등번호로 해주신 이벤트를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이제 두산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 응원해주신 만큼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