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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했다" 주루사 오히려 칭찬한 감독, 2군 철퇴 휘두른 날의 메시지…KIA도 이우성도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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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선수들도 충분히 이우성의 간절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2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극심한 부진에서 탈출하고 싶은 이우성의 간절한 마음을 엿봤다. 이우성은 KIA가 1-3으로 뒤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대타로 나와 왼쪽 담장 앞까지 뻗는 깊은 타구를 날렸다. 모처럼 친 시원한 타구였고, 마지막 역전 기회였기에 이우성은 2루까지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KT 좌익수 장진혁의 중계 플레이가 너무도 정확했다. 장진혁의 강한 송구에 이우성은 2루에 도달하기도 전에 아웃됐다. 1사 2루를 기대했으나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고, KIA는 맥없이 1대3으로 경기를 내줬다.

이 감독은 이 경기를 마치고 1군 엔트리를 대거 교체했다. 내야수 김선빈은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2군행이 불가피했고, 1회 치명적 실책을 저지른 외야수 최원준과 투수 김기훈을 내렸다. 대신 외야수 김석환과 내야수 윤도현, 투수 최지민으로 빈자리를 채웠다.

이 감독은 엔트리 변화를 설명하면서 최원준의 실책은 질책했지만, 이우성의 주루사는 오히려 칭찬했다. 상대의 호수비로 결과가 나빴을 뿐, 이우성의 투지는 충분히 확인했다는 것.

이 감독은 "그렇게 베스트로 뛰어서 2루까지 가다가 아웃된 것은 수비가 잘한 것이다.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 순간까지 보여줬다. 선수들도 충분히 이우성의 간절함을 느꼈을 것이다. 선수들이 이런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앞으로 계속 보여줘야 한다. 잡히더라도 선수들이 해줘야 하는 플레이"라며 오히려 선수단에 좋은 메시지를 줬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2일 수원 KT전에 이우성을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마지막 타석에서 느낀 그 좋은 감을 한번 이어 가 보라는 배려였다. 이우성은 3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해 8대3 승리에 기여했다.

감독의 믿음 아래 이우성의 방망이는 연이틀 불을 뿜었다. 이우성은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7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7대6 승리에 기여했다.

스포트라이트는 4-4로 맞선 8회초 결승 투런포를 터트린 김도영에게 쏟아졌지만, 이우성의 쐐기 타점이 없었다면 삼성에 승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 이우성은 8회초 2사 1, 3루에서 좌익수 오른쪽 적시타를 때려 7-4로 거리를 벌렸다. 8회말 곧바로 삼성 김영웅의 추격하는 투런포가 터진 것을 고려하면 이우성이 이날 올린 2번째 타점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이 이우성을 통해 "간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던진 게 효과가 있었다. KIA는 2연승을 달리며 시즌 성적 24승24패로 5할 승률을 회복하면서 KT, NC 다이노스,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와 공동 4위로 올라섰다. 중위권 싸움이 매우 혼잡한 가운데 KIA는 위를 바라볼 동력을 얻었다.

이우성은 지난 21일 경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 20일까지 5월 13경기에서 홈런과 타점 없이 타율 0.147(34타수 5안타)에 불과했는데, 21일 이후 3경기에서 타율 0.556(9타수 5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완전히 살아났다.

이 감독은 이우성이 5월 들어 공수에서 계속 흔들릴 때 "지금 여러가지 고민을 해보고 있다. 어떤 게 조금 더 선수한테 나을지 생각하고 있는데, 해결책은 본인이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스태프가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이 없고, 본인이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우성이 드디어 답을 찾은 듯하다.

이우성은 올 시즌 KIA의 주요 전력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좌익수 이우성-중견수 최원준-우익수 나성범으로 외야진을 새로 꾸렸다. 나성범이 오른쪽 종아리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고, 이우성과 최원준은 나란히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 올 시즌 외야 구상이 완전히 어그러진 상태로 5월까지 왔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와중에 이우성이 세 명 가운데 처음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면서 감독의 짐을 조금은 덜어줬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