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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만나면 유독 지기 싫어요"…친정 울린 일등공신, 푸른피가 들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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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를 만나면 유독 지기 싫어요."

류지혁(31)은 2023년 시즌 도중 KIA 타이거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됐다. 류지혁은 2020년 시즌 도중 두산 베어스에서 KIA로 이미 한 차례 트레이드를 경험한 선수였다. 삼성 유니폼을 입을 때는 2번째 트레이드라 그런지 조금은 덤덤하면서도 '나를 찾는 또 다른 팀에서 다시 한번 해보자'는 각오가 더 대단했다.

삼성 이적 당시 류지혁은 첫째 아들 이현의 이야기를 꺼냈다. 광주에서 아들이 유치원을 다닐 때 "우리 아빠는 KIA 선수"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KIA를 떠나게 됐다고 하니 아들이 엉엉 울었다고. 류지혁은 그래서 "아빠 이제 삼성 선수야. 아빠 삼성 선수니까 그렇게 말하면 친구들도 다 좋아할 거야"라고 아들을 달랬다고 한다.

류지혁은 어느새 푸른피가 들끓는 3년차 삼성 선수가 됐다. 대체 불가한 내야 핵심 선수로 자리를 잡았고, 올 시즌에 앞서 첫 FA 자격을 얻어 삼성과 4년 26억원에 계약했다. 올해는 50경기에서 타율 0.309(152타수 47안타), 18타점, OPS 0.740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빠는 자랑스러운 삼성 선수가 되겠다던 아들과 약속을 지켜 나가고 있다.

류지혁은 24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 7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며 8대4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이 0-3으로 끌려가던 4회말 2사 만루에서 류지혁이 3타점 싹쓸이 적시 2루타를 치면서 뒤집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전날 KIA에 6대7로 석패했기에 설욕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접전이 펼쳐졌는데, 4-4로 맞선 8회말 대거 4점을 뽑으면서 KIA를 무너뜨렸다. 류지혁을 비롯한 삼성 선수 모두가 하나로 뭉쳐 만든 승리였다.

류지혁은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이겨서 기분 좋다. (선수들이) 다들 이야기를 했다. 다들 힘든 것은 아는데, 그래도 이제 야구장에서만큼은 집중해서 해보자고 이야기를 해서 좋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 8회에는 선두타자가 살아 나가니까 다들 파이팅도 많이 내고, 집중도가 매우 높았던 것 같다"고 승기를 잡은 순간을 되돌아봤다. 8회말 선두타자 디아즈가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박진만 삼성 감독은 대주자 심재훈 카드를 꺼냈다. 동점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것은 여기서 반드시 점수를 뽑아 승부를 보겠다는 감독의 결연한 의지였다.

류지혁은 "(디아즈가 대주자로 교체됐을 때) 1점. 대주자를 냈다는 것은 어떻게든 1점을 뽑겠다는 메시지여서 선수들도 그에 맞춰서 팀배팅을 하려고 하고,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선취점을 주고 7회까지 따라가는 어려운 경기였지만, 류지혁의 4회 3타점과 8회 김성윤의 쐐기 2타점으로 이길 수 있었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류지혁에게 KIA는 친정인 동시에 꼭 넘고 싶은 팀이기도 하다. 삼성이 지난해 KIA와 한국시리즈에서 1승4패에 그쳐 준우승에 머물렀다. 류지혁은 그때의 아쉬움이 여전히 한으로 남아 있다.

류지혁은 "(작년 한국시리즈는) 항상 마음에 담고 있다. KIA를 만나면 유독 지기 싫다. 그래서 더 집중하려고 하고, 그냥 한국시리즈를 생각했을 때 (당시) 분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야구장에서는 티를 안 내려 하는데, 일부러 세리머니가 더 크게 나오는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삼성은 올해 KIA와 상대 전적 4승2패로 앞서고 있다. KIA와 남은 10경기에서도 류지혁은 삼성이 우세할 수 있도록 투지를 불태울 것이다.

대구=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