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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즐거운 단양·제천…"계절의 쉼표, 일상의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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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이다. 산과 강, 출렁다리와 유람선 등 일상생활 혹은 주변 가까운 여행지의 모습이랄까. 충북 단양과 제천은 특별함보다 편안한 그저 그런 일상을 담고 있다. 그래서 편안하다. 어느 순간 여행은 특별하고, 자극적인 것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 여기엔 행복의 강도가 삶의 질을 높일 것이란 게 전제가 됐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는 건 행복의 강도가 아닌 빈도다. 소소한 행복이 내 안에 쌓이고 쌓이다 보면, 일상생활의 우울감과 피로감 등이 슬그머니 몸을 낮춘다. 익숙해서 편안하고, 일상과 같은 순간에서 쉽게 행복과 마주할 수 있는 곳. 일상의 행복을 찾고, 봄과 여름 사이 계절의 쉼표를 느낄 수 있는 단양과 제천으로 떠났다.

▶ '물멍, 돌멍' 단양 도담삼봉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맑아진 듯하다. 단양을 가로질러 흐르는 남한강의 '물멍'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눈을 돌려 마주한 도담삼봉. 강 중심에 떡 하니 솟은 돌덩이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특별함이 더해진다. 가치의 재발견이다. 단양의 도담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왔다고 전해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정선군에서는 단양까지 흘러들어온 삼봉에 대한 세금을 부당하게 요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어린 소년이었던 정도전이 기지를 발휘해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 오라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어 아무 소용이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주장하여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훗날 정도전은 호를 삼봉이라고 지을 정도로 도담삼봉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도담삼봉은 당당한 풍채가 돋보이는 늠름한 장군봉을 중심으로 강 가운데 봉우리 세 개가 섬처럼 있다. 특히 장군봉은 삼도정이라고 불리는 육각정자를 멋들어지게 쓰고 있어 더욱 운치를 더한다.

도담삼봉 인근에는 도담정원이 있다. 도담삼봉유원지 건너편에 있으며, 사계절 꽃이 핀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댐 저수구역을 단양군과 수자원공사가 협력해 4만㎡의 대단위 정원을 조성했다. 도담삼봉의 풍경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단양의 강물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선상유람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단양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 중에서는 장회나루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구담봉과 옥순봉 등을 거쳐 청풍나루를 왕복하는 유람선이 출발한다.

▶숨겨진 풍광 맛집 '석문'

단양하면 만천하스카이워크를 볼거리 일순위로 꼽는다. 남한강 절벽 위에서 80∼90m 수면 아래를 내려 보며 하늘길을 걷는 스릴을 맛볼 수 있으니 매력적이다. 만학천봉 전망대와 짚와이어, 알파인코스터, 만천하슬라이드 등 레포츠 시설등 매력물도 다양하다. 만천하스카이워크가 단양 일경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소박한 단양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석문이다. 자신의 매력을 숨기고, 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멋진 풍광을 내준다. 석문은 도담삼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도담삼봉에서 상류 쪽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전망대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오고, 길을 따라 300m가량 오르면 무지개를 닮은 석문이 나온다.

자연의 솜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형미가 돋보이는 석문은 울창한 수풀로 한껏 치장하고 멋들어진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 있다. 특히 풍경 속에 또 다른 풍경이 일품이다. 둥그렇게 열린 석문 안에 남한강의 시원한 풍경이 가득하다. 마고할미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석이나 자라 모양을 닮은 자라바위 등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진 풍광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산 따라 물 따라 '옥순봉 출렁다리'

단양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산과 물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도담삼봉을 중심으로 산과 물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면 제천 명소인 옥순봉과 출렁다리가 있다. 옥순봉은 직접 오르면 청풍호반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눈에 담는 풍경은 어떤 명화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산과 강, 하늘이 만들어 낸 색채에 눈이 즐겁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옥순봉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2021년 10월 22일 개장했다. 길이 222m, 너비 1.5m의 연결다리 및 408m 길이의 생태탐방 데크로드와 야자매트로 이루어진 트래킹 길까지 더해 호반과 옥순봉을 둘러볼 수 있다.

▶재미난 문화 이야기 '청풍문화유산단지'

제천의 청풍문화유산단지는 재미있는 역사와 문화를 눈으로 즐길 수 있게 한 곳이다. 제천 청풍면은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곳곳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문화의 중심지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와 신라가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이던 곳이다.1978년 시작된 충주 다목적 댐의 건설로 제천시 청풍면을 중심으로 한 5개면 61개 마을이 수몰되자, 수몰지역에 있던 각종 문화재를 한 곳에 모아 조성한 것이 바로 청풍문화유산단지다.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제천청풍한벽루(보물 제528호), 제천 물태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546호) 등을 포함한 문화재 53점을 접할 수 있다.

청풍문화유산단지에서는 청풍호를 한 눈에 담을 수 있고, 인근에 있는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비룡산 정상까지 손쉽게 올라 청풍호의 중심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청풍호반을 즐기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의림지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의림지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국내 최고 저수지로 꼽힌다. 신라 진흥왕 (540~575)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에 서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이 못의 시초라 전해진다. 현재는 수리 시설보다는 유원지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호수 주변에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 그리고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30m의 자연폭포 '용추폭포' 등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