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누가 우리 100패 한다고 했느냐.
키움 히어로즈발 '대혼돈'의 시대가 도래할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키움을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면, 이제는 키움발 '고춧가루'가 무서워 피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키움이 또 이겼다. 그것도 선두 LG 트윈스를 상대로 말이다. 키움은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4대1로 승리했다. 새롭게 합류한 선발 알칸타라가 8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졌고, 타선도 많은 점수는 아니지만 꼭 필요할 때마다 착실하게 점수를 뽑았다.
LG는 우승 후보이자 1위팀. 그 LG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확정했다. 여기에 이날 LG 선발은 임찬규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8승1패 엄청난 성적. 개인 5연승 도전 경기였다. 승리했다면 폰세(한화)와 다승 공동 1위로 발을 맞출 수 있었다. 그 임찬규에게 시즌 두 번째 패전을 안긴 팀이 키움이 됐다. 그 전까지는 KIA 타이거즈만 해낸 일이었다.
파죽의 4연승이다. 3연속 위닝 시리즈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 7경기로 한정하면 6승1패다. 같은 기간 키움보다 잘한 팀은 없다.
물론 여전히 최하위다. 이제 겨우 20승 고지에 올랐다. 선두 LG와는 무려 18.5경기 차이, 그리고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14.5경기 차이다. 갈 길이 멀다고 표현하기도 그렇고, 초반부터 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여러 의미가 있는 키움의 반전 드라마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100패' 위기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역대 KBO리그에서 100패를 당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 사실 키움이 이렇게 반등하기 전에는 100패를 훌쩍 넘을 듯한 우려스러운 페이스였다. 만약 올해도 최하위면, 3년 연속 꼴찌다. 그 타이틀도 치욕적인데, 최초의 100패팀까지 돼버리면 구단의 존재 의미가 희미해질 뻔 했다.
또한 KBO 리그 '역대급' 흥행 전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오명도 어느 정도 날릴 수 있을 전망이다.
키움이 '승수 자판기'가 돼버리면서 리그 밸런스가 다 무너진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심지어 분위기가 조금만 떨어진 팀들이면 모두 키움을 만나고 싶어했고, 키움은 어김 없이 위기의 팀들을 모두 다 부활시켜줬다. 모든 상대팀들이 2승1패도 실패요, 3전승 스윕을 해야 본전이라는 계산까지 하는 분위기가 됐다. 그럴수록 키움 선수들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키움을 만만히 봤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 오히려 이 기세에 키움을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 지고 있다. 10위 키움을 만났다 위닝 시리즈를 헌납하고, 만약 스윕패까지 당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음주 폭탄은 갈 길 바쁜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에 넘어간다. 키움 입장에서는 8, 9위 팀들이기에 '이 기세를 이어나가 보자'는 자신감 충만한 한주가 될 수 있다.
일단 외국인 타자 2명 실패를 구단이 인정하고, 수준급 선발인 알칸타라가 합류한 게 커 보인다. 알칸타라가 던진 경기는 2경기 뿐이지만 '이 선수가 나오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선수들에게 심어지면, 쉽게 연패를 당하지 않는다. 기존에 잘해주던 하영민 등 다른 선발들도 부담을 던다. 이 타이밍에 맞춰 특급 신인 정현우까지 오니 선수들 사기는 하늘을 찌를 수 있다.
퇴출된 푸이그와 함께 똑같은 골칫덩이였던 카디네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게 된 것도 키움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찬스만 되면 타이밍을 다 끊어먹는데, 그렇다고 뺄 수도 없었던 카디네스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나머지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의외의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7일 LG전도 4번 중책을 맡은 임지열이 경기 후반 천금 적시타를 터뜨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런게 바로 반전의 팀 분위기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