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 토종 에이스 박세웅(30)이 1군에서 말소됐다.
롯데 구단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전을 앞두고 박세웅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대신 신예 좌완 홍민기가 1군에 등록됐다.
김태형 롯데 감독 입장에선 한달간 기다려준 끝에 마침내 칼을 빼든 모양새다. 시즌초 9경기에서 8승1패를 질주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예약하는가 했더니, 이내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8.67로 주저앉았다.
전날 KT전은 특히 충격적이었다. 5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장단 12안타를 두들겨맞으며 무려 8실점, 올해 최악의 피칭이었다.
다승 1위를 질주하던 박세웅이 이렇게 무너지리라곤 예상하기 힘든 일이다. 사령탑 입장에선 더욱 속이 쓰리다. 모처럼 톱3를 움켜쥐고 힘겹게 버텨내던 시즌, 팀의 기둥 역할을 해야할 박세웅이 연달아 무너지자 팀도 버티지 못했다. 전날 3대12 대패하며 4위로 내려앉았고, 만일 이날 또 패배할 경우 최대 6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3위 이하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의 순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 그 동안은 롯데에 도움이 됐다. 4연속 루징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추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박세웅의 갑작스런 내리막길이 결국 롯데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모양새다. 불펜 역시 피로가 가득 쌓여있는 입장. 자칫 틈이 생기면 3~5월 쌓아올린 공든탑이 흔들릴 수도 있다.
팀을 위한 책임감이 남다른 박세웅이다. 부진한 와중에도 올시즌 리그 최다 투구수(1423구)를 던지며 경기당 평균 6이닝 가까운 이닝을 버텨주고 있다. 덕분에 가뜩이나 힘겨운 불펜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줬지만, 그것도 박세웅이 잘 던질 때 이야기다.
KT전 직구 최고 구속은 150㎞. 다만 구속과 별개로 힘이 많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직구보다 더 많은 슬라이더를 구사했고, 정면승부보다는 피해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보더라인에 집착하다보니 투구수가 늘고, 타자와의 승부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일단 한차례 쉬어갈 수 있게 됐다. 2군 휴식기간 동안 박세웅이 어떤 깨달음을 얻느냐에 따라 올해 롯데의 성적이 좌우될수도 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