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최고 159㎞ 직구를 던지는 괴물 외국인 투수, 전반기 롯데의 희망으로 떠오른 '1선발' 에이스.
마운드 위에선 보기보다 냉정했다. 흥분하거나 세리머니를 하기보단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했다.
하지만 팬들 앞에선 한없이 따뜻했다. 감보아는 오는 14일 선발등판을 앞두고 수원KT위즈파크에서 불펜투구를 소화했다. 신중한듯 온몸을 다해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은 여전했다.
투구를 마치고 돌아서는 감보아의 눈에 그물을 붙든 채 간절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이 밟혔다.
원정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입구 앞에서 갑자기 팬사인회가 열렸다. 감보아는 웃는 얼굴로 팬들에게 사인을 해서 건넸다. 주변에 모여든 10여명의 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이날 수원은 오후 들어 30도가 넘는 더위가 몰아쳤다. 습도도 30%를 오갔다. 그 불볕 속에 불펜피칭을 소화한 감보아의 옷은 푹 젖었다. 그럼에도 현장을 찾은 롯데 원정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보답하기로 한 것.
이윽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감보아는 잠시 통역과 이야기를 나누며 땀을 식혔다. 이어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더그아웃 반대편(포수 뒷그불 쪽)에서 감보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롯데 유니폼을 차려입은 한 소년이었다.
감보아는 즉각 몸을 돌렸다. 그쪽에서도 롯데팬들이 모여들었고, 감보아는 이번에도 성심성의껏 팬들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연쇄사인마'로 유명한 KT 김상수 못지 않은 팬사랑 행보였다.
'사진을 한장 찍어도 되겠나'라고 묻자 "물론(Of Course)!"이라는 흔쾌한 대답. 이어 잠시 철망문을 열고, 소년팬을 안쪽으로 들어오게 했다. 감보아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팬서비스를 잘해준다'는 말에 감보아는 말없이 씨익 웃은 뒤 라커룸으로 향했다. 흠뻑 젖은 등에는 롯데팬들을 향한 감사와 애정이 어려있었다.
감보아는 당초 우려되던 것과 달리 롯데의 에이스로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아주 외향적이거나 불같은 성격은 아니다. 의외로 침착하지만 그렇다고 예민한 타입은 또 아니다. 뜨거운 심장의 소유자다.
첫 등판이던 5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뜻하지 않게 '폴더인사' 루틴에 약점이 발견됐다. 홈스틸 포함 3중도루를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그 단점을 완벽하게 고치니 장점만 드러난다. 한국 무대에서의 최고 구속은 155㎞. 좌완인데다 2m 높이에서 내려꽂는 듯한 독특한 투구폼이 공에 위력을 더한다. 체인지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140㎞ 중반의 고속 슬라이더와 커브의 조합이 좋다. 구위도 제구력도 기대 이상이다.
2번째 등판이던 6월 3일 키움전에서 7이닝 무실점의 인생투를 펼쳤고, 8일 두산전에서도 6⅔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2연승을 달렸다. 박세웅마저 1군에서 말소된 지금, 롯데 마운드의 절절한 희망으로 떠오른 감보아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