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국판 FFP' 재정건전화 위반 징계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시민구단 광주FC는 '지속적인 재정건전화 규정 위반'에 따라 12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를 통해 제재금 1000만원과 선수 영입 금지 1년 징계를 받았다. '선수 영입 금지의 경우, 징계 결정 확정일로부터 3년간 집행을 유예하며, 광주가 2027년 회계연도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거나, 집행유예 기간 내에 연맹 재무위원회가 지난 2월 5일 승인한 재무개선안을 미이행할 경우 즉시 제재를 집행한다'라는 조건부다. 상벌위에 따르면, 광주는 재정건전화 제도가 시행된 2023년 이전인 회계연도 2022년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다. 2023년 14억1000만원의 손실로 순익분기점 지표를 준수하지 못했고, 구단이 제출한 재무개선안을 이행하지 못해 자본 잠식이 더욱 심화됐다. 2024년에도 23억원 손실로 손익분기점 지표를 재차 미준수했다. 같은 해 선수 인건비 상한을 증액하기 위해 수익을 과대 계상하여 연맹에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실제로 대규모 영업 손실로 이어졌다. 광주는 지난 2~3년간 재정 문제를 달고 팀을 운영했다는 게 이번 상벌위 결정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K리그 상벌규정 유형별 징계 기준 제11조에 따르면, 재정건전화 규정 및 세칙을 위반할 경우, 제재금 부과, 승점 감점, 선수 영입 금지, 하부리그 강등 조치의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선 상벌위를 앞두고 재정건전화 위반 첫 사례인 광주가 승점 감점 혹은 하부리그 강등 조치를 받을 거라고 전망했다. K리그 전체에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연맹 차원에서 강력한 징계를 내릴거란 기대감 섞인 예상이었다. 강등, 승점 감점이 아닌 제재금 부과와 선수 영입 금지 징계가 내려지자, 즉각 '솜방망이 징계', '광주 봐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14일 대구전을 앞두고 "규정 지키려는 팀만 바보가 됐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 연맹은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까. 연맹은 특정팀에 대한 강한 처벌보다 리그 전체의 안정성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의 규정 위반은 명백하고 분명한 잘못이나, 재정건전화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는 단순히 징계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재정에 문제가 있는 구단이 스스로 정상화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라는 거다. 광주가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K리그 일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스스로 뉘우치고 깨달아 자생력을 키우는데 방점을 뒀다. 광주가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성적 향상을 위해 투자를 감행한 뒤 8강 진출로 K리그 위상을 높인 점, 구단의 잘못으로 인해 선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참작해, 4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메꾸기 위한 시간을 부여했다.
연맹 관계자는 "광주 징계가 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광주 역시 다른 모든 구단과 마찬가지로 우리 리그의 구성원이다. 당장의 성적 때문에 특정팀을 비판하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보다 같은 구성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3년 집행유예'를 일각에선 '무징계'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지만, 광주 구단의 재정 개선 노력이 미흡할 경우 올해든, 내년이든 '즉시' 선수 영입 금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점 삭감 이상의 '강력한 경고'라고 연맹은 판단하고 있다. 광주가 올해 연맹에 제출한 재무개선안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당장 이번 겨울 영입 금지 징계가 내려진다.
광주는 즉각적인 징계를 피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쉴 때가 아니다. 팀내에서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아사니가 아직까지 팀에 남아있다는 건 재정건전화 노력이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선 아사니 연대기여금 미납으로 인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 등록 금지 징계에도 불구하고 10명 이상의 선수를 영입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타 구단이 하나같이 '바보'여서 재정건전화 규정을 지키는 게 아니다. 제주가 '바보'여서 핵심 미드필더 김봉수를 대전으로 떠나보낸 게 아니다. 광주는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고, 자체 수입 확대를 통해 더 이상의 채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과문 속 다짐을 지켜야 하고, 연맹도 향후 3년간 무관용의 원칙으로 광주 구단의 재정 상태를 철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