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4경기에서 3승1패. 최고 156㎞ 불꽃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알렉 감보아(28)는 흔들리던 롯데 자이언츠의 3강을 지켜낸 구세주다.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던 선발 마운드의 기둥 노릇을 했다. 레전드 추신수의 은퇴식, 김광현과 맞대결이라는 압박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15일 인천에서 만난 감보아는 "팀으로서 승리한게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저스 마이너리그팀에서만 7년간 뛴 감보아다. 빅리그에서 16시즌 활약하며 레전드로 자리매김한 추신수, 그리고 역시 통산 10승을 올린 김광현과의 맞상대가 한층 남다른 감회로 다가올만 하다.
"메이저리그와 한국에서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김광현을 상대로 던졌고, 또 추신수의 은퇴식을 지켜볼 수 있는 특별한 날이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던진 결과 6이닝 1실점의 역투. 시즌 3승째를 올렸다. 7안타 1볼넷으로 위기도 있었지만, 고비 때마다 강렬한 직구로 탈출했다.
6회 2사2,3루에서 SSG 조형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엔 뜨겁게 포효했다. 99구째 마지막 공이 156㎞,한국에 온 이래 최고 구속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벤치에서 사인을 냈다. '승부해, 몸쪽에 꽂아!'라고 했는데 베스트 피칭이 나왔다"면서 "구종이 다양한 투수는 아니지만, 체력도 좋아보이고, 역시 좋은 투수의 최고 덕목은 구속이다. 그렇게 빠른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체로 훌륭하다"며 감탄했다.
'적장' 이숭용 SSG 감독도 "사실 볼이었는데, 타석에선 스트라이크로 보일 수밖에 없는 공이었다. 형우 잘못이 아니다. 그만큼 위력적인 공이었다. 정말 까다로운 투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감보아는 라틴계 성씨다. 하지만 감보아는 일반적인 라틴계 파이어볼러들에 대한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선수다. 평소엔 대체로 조용하고 성실하다. 마운드 위에서도 쉽게 흥분하지 않고 냉정한 모습을 유지한다. 쉽게 얼굴이 붉어지거나 하는 모습도 없다. 말 그대로 끓어오르는 포효를 가끔 보여줄 뿐이다. 오히려 전형적인 미국 백인인 팀동료 터커 데이비슨이 훨씬 파이팅 넘치고 격한 성격이다.
이에 대해 감보아는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격인 건 맞다. 원래 크게 표현하지 않는 편"이라며 웃었다.
"보이진 않지만 속에선 뜨겁게 끓어오르는 남자다. 특히 어제 마지막 투구는 위기 상황이다보니 아드레날린이 팍! 하고 터져나오는 기분이었다. 어떻게든 '강하게 던져야겠다'는 마음으로 던졌더니 최고 직구가 나왔다. 벤치에서 요청한 대로 제대로 던질 수 있어서 기뻤다."
본인이 등판하지 않은 경기도 가슴 졸이며 더그아웃에서 지켜본다. 그는 "한화 이글스전, 캡틴 JJ(전준우)의 홈런"이라며 당시의 흥분을 되새겼다.
음식 때문에 고민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적지 않다. 감보아는 예외다. 그는 "롯데 선수단 식사가 아주 좋다. 특히 김치찌개를 정말 좋아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다른 새로운 경험으론 '투수조장'이자 마무리인 김원중을 위한 생일 축하파티를 꼽았다. 그는 "미국에선 각자 '오 생일이야? 축하해' 이렇게 라커룸에서 친한 선수들이 인사하는 정도"라며 "롯데는 생일인 선수가 있으면 케이크도 준비하고, 선수들이 다 같이 모여 제대로 생일을 축하해주더라. 이런 분위기는 처음인데, 좋은 문화"라고 칭찬했다.
감보아는 롯데팬의 응원만큼이나 열정적인 팬서비스를 지닌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팬들이 그렇게 우릴 사랑해주시는데, 사인 해주고, 같이 사진찍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미소로 답했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