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1월, 한화 이글스 내야수 황영묵(26)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만원 관중 앞에서 야구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라고 했다. 그는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고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야구 하나만 바라보며 직진해 마침내 이름을 알리고 꿈을 이뤘다. 프로 첫해 123경기에 나갔고, 올 시즌 63경기에 출전했다. 통산 147안타를 치고, 46타점을 기록 중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충훈고 졸업을 앞두고 프로지명을 못 받아 대학에 진학했다. 1학년 때 중퇴를 하고 군에 입대해 강원도 화천 최전방에서 복무했다. 군에서 제대하고 독립리그 3개 팀을 거쳐 프로 지명을 받았다.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황영묵을 호명했다. 4라운드 지명. 지난겨울 연봉이 3000만원에서 8300만원으로 뛰었다. 약 177% 인상됐다.
야쿠르트 스왈로즈 내야수 이토 류이(23). 그의 경력을 보면 가시밭길을 통과해 프로 선수가 된 황영묵이 겹쳐 보인다. 대학 중퇴도 그렇고, 독립리그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이토는 고교 졸업 후 도쿄농업대학으로 갔다. 1학년 때부터 리그전에 출전하다가 야구를 잠시 떠나야 했다. 학점이 부족해 유급을 하고 퇴학까지 당했다. 약 3개월 간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야구 포기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형이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형이 뛰던 동호인 야구팀에서 몇 경기를 뛰었다. 야구에 대한 꿈이 살아났다. 학창 시절 감독의 권유로 2023년 5월 독립리그 BC리그 니가타 알비렉스에 입단했다. 정식 선수가 아닌 연습생 신분으로 다시 시작했다.
주머니 속 송곳은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시즌 중에 합류해 빠르게 적응했다. 41경기에 나가 타율 0.336-4홈런- 32타점. 프로 2군과 경기에서 맹활약했다. 프로팀이 주시하기 시작했다. 야쿠르트가 그해 10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지명했다. 최단기 코스로 프로 선수가 된 셈이다.
입단 2년차. 하나씩 하나씩 채워간다. 4월 20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홈경기에 대주자로 교체 출전했다. 그는 8회말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터트렸다. 프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2,3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프로뿐만 아니라 인생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
이토는 최근 유격수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퍼시픽리그와 인터리그(교류전)에서 펄펄 난다.
6월 5일 세이부 라이온즈와 원정경기. 9번-유격수로 나가 3회초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갔다. 상대 좌완 선발투수 스가이 신야와 승부는 금방 끝났다. 초구 한가운데 직구를 때려 베루나돔 좌측 외야 관중석으로 날렸다. 프로 첫 홈런. 4대1 승리를 만든 결승타다.
인터리그에서 3홈런을 때려 이 부문 공동 2위다. 이토는 12~15일 지바 롯데 마린즈와 원정 3연전에서 3안타를 치고, 5타점을 올렸다. 경험이 쌓이면서 출전 기회가 늘고 있다.
이토는 15일까지 30경기에서 타율 0.205(44타수 9안타)-3홈런-10타점-OPS 0.748을 기록했다. 소속팀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팀에 희망을 보여준다.
야쿠르트 '레전드' 미야모토 신야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토를 조금 참고 써줬으면 좋겠다. 조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최근 성적이 좋아 선발로 출전 중인데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도 꾸준히 내보냈으면 좋겠다는 주문이다. 제한된 기회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기회를 줘야 성장할 수 있다.
야쿠르트는 점점 회복불능 상태로 간다. 59경기를 치른 16일 현재 18승2무39패, 승률 0.316을 기록하고 있다. 1위 한신 타이거즈와 14.5경기, 5위 주니치 드래곤즈와 9경기차로 벌어졌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