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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 악물었죠" FA 대어 다치면 어쩌려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 담긴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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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진짜 이 악물고 뛰었던 것 같아요."

KIA 타이거즈 박찬호는 18일 광주 KT 위즈전에서 이범호 감독의 가슴을 철렁하게 할 장면을 연출했다. 3-3으로 맞선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박찬호는 KT 바뀐 투수 전용주의 초구 직구를 쳤다. 타구는 투수 왼쪽으로 느리게 굴러갔고, 박찬호는 전력질주하다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부상 위험이 높아 아예 벌금을 걸어 막는 구단이 있을 정도고, 박찬호는 실제로 다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몸이 먼저 반응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박찬호의 투지는 통했다. 그는 무사 1루에서 오선우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날 때 2루를 훔쳤고, 최형우의 투수 땅볼 때는 3구까지 갔다. KT는 한 점 싸움인 만큼 원상현으로 투수를 교체했는데, 위즈덤과 김태군이 연달아 볼넷을 고르면서 2사 만루로 연결했다. 그리고 대타 이창진이 좌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5대3 역전승과 KIA의 4연승을 이끌었다.

박찬호는 주장 나성범과 임시 주장이었던 김선빈이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임시 주장 완장을 넘겨받았다. 그래서인지 승리 기회가 보이면 더 몸을 사리지 않는다.

예비 FA이기에 건강이 자산인데도 거침없다. 박찬호는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3할을 친 유격수였고, 지난해는 생애 처음으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전성기 나이인 3할 유격수기에 당연히 FA 대어로 평가받았고, KIA는 타팀 이적을 방어하고자 올해 연봉을 4억5000만원까지 올려 보상 규모를 키웠다.

박찬호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 것과 관련해 "모르겠다. 죽으면 아까울 것 같았고,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선두타자가 초구를 그렇게 쳤는데, 죽으면 너무 아깝지 않나. 그래서 진짜 이를 악물고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 61경기에서 타율 0.276(232타수 64안타), 3홈런, 21타점, OPS 0.723을 기록했다. 지난 2시즌보다 타율은 떨어졌지만,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면서도 꾸준히 1번타자로 출전했다. 2루수 김선빈과 3루수 김도영이 동시에 이탈해 내야의 중심을 잡는 책임이 더 막중해진 와중에 KIA로선 다행히 지금까지 건강히 버텼다. 박찬호는 6월 들어 타율 0.311(61타수 19안타)를 기록하며 점점 자기 페이스를 되찾고 있다.

박찬호는 "나란 애가 원래 그렇지 않나. 떨어지다가 더워지면 올라가는 선수다. 그래서 사실 의심은 안 했다. 나는 늘 간절했는데, 안타가 그동안은 안 나왔을 뿐이다. 물론 팀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라서 그럴 때 내가 빵빵 쳐 주지 못한 그런 미안한 마음이 컸지, 내가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 어쨌든 이제부터라도 성적을 내면서 이끌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수비할 때 의지할 동료가 없고, 동료들이 자신을 의지하도록 해야 하는 것도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일이었다. 2루수와 3루수가 경기마다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매번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것도 힘든 점이었다.

박찬호는 "사실 매번 옆자리 선수들이 바뀔 때마다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사실 (왼쪽에) 김선빈, (오른쪽에) 김도영이 있었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계속 하게 됐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것들을 신경 쓰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선수들이 정말 잘해 주고 있지 않나. 그래서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다. 그래도 나까지 다치지 않고 버텨서 이렇게 내야에서 중심을 잡아줬다는 것은 그래도 칭찬해 주고 싶다"고 했다.

박찬호가 살아나면서 KIA도 같이 살아나고 있다. KIA는 6월 성적 10승5패로 1위에 오르면서 5강 진입에 성공했다. 시즌 성적 36승33패1무를 기록해 KT와 공동 5위다. 4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1.5경기차, 3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2경기차까지 좁히면서 더 위를 바라보게 됐다.

박찬호는 "나는 원래 후반기 선수이지 않나. 이제 더 더워졌네"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제라도 팀에 더 많은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