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일단 사회로 나왔다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KT 위즈 우완 배제성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KT는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펼치다 천군만마를 얻었다. 배제성은 지난 17일 전역하자마자 광주 원정을 떠난 1군 선수단에 합류했고, 곧장 불펜 피칭을 하면서 몸 상태를 살폈다. 이강철 KT 감독은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선발투수로 배제성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전역 이틀 만에 과거 에이스의 명성을 이어 갈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배제성은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썼던 선수다. 2015년 롯데 자이언츠 9라운드 지명 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7년 KT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KT로 오기 전까지는 1군 경험이 전무한 투수였지만, 이적 3년차였던 2019년 잠재력을 터트렸다. 그해 28경기, 10승10패, 131⅔이닝,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KT 구단 국내 투수 역대 최초 10승 달성 타이틀의 주인공이 바로 배제성이다.
2023년까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배제성은 지난해 상무에 입대해 잠시 휴식기를 보냈다. 입대 직후 생애 처음으로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강제로 쉴 수밖에 없었다. 재활을 마치고 올해 퓨처스리그 8경기에 등판해 1승, 14⅔이닝, 평균자책점 6.14를 기록했다. 초반에는 불펜으로 나서면서 경기 감각을 찾느라 기록이 좋지 않았고, 전역을 앞두고 등판한 2경기는 선발로 나서 투구 수를 늘리는 데 중점을 뒀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동료들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친한 친구였던 엄상백의 공백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엄상백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얻어 한화 이글스와 4년 총액 78억원에 계약하고 팀을 떠났다. 마무리 투수였던 김재윤은 2023년 시즌을 마치고 삼성 라이온즈와 4년 58억원 FA 계약에 성공해 이적했다.
배제성은 "1년 반 만에 돌아왔는데, 새로운 얼굴들도 너무 많고 와서는 (새로운 동료들의) 얼굴을 익히면서 적응하고 있다. 왔는데 같이 했던 선수들이 많이 나갔더라. 투수 쪽에서는 (김)재윤이 형, (엄)상백이도 갔고, (김)민수 형은 아파서 빠져 있는데, 또 새로운 얼굴들과 합을 맞추면서 서로 친해지는 것도 굉장히 즐거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수술 후 몸 상태는 매우 좋다. 배제성은 2023년 토미존 수술을 받았던 소형준과 꾸준히 연락하며 재활 과정을 공유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가며 몸을 만들었다.
배제성은 "생각보다 (회복이) 조금 더디더라. 회복 과정이 내 생각만큼 빠르지 않아서 퓨처스리그에서 던질 때 초반에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다 적응했다. (소)형준이한테 '야 여기 아프면 어떻게 해야 돼' 이런 식으로 꼬치꼬치 물으며 괴롭혔던 것 같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 본인은 이렇게 했을 때 어떻게 좋아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팔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이제 경기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의 복귀전과 관련해 "일부러 불펜 투구도 가서 봤다. (배)제성이를 대체 선발투수로 쓰는 게 나을 것 같더라. 전역하기 전에 마지막 경기에서 80구 정도 던졌다고 하니 선발 등판하면 60구 정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힘들 때라 6선발 써야 하는데, 쓰면 좋다"고 반겼다.
KT는 올 시즌 윌리엄 쿠에바스-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소형준-오원석-고영표 등 5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다. 오원석이 현재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데, 올해 SSG 랜더스에서 KT로 트레이드 이적하자마자 8승을 책임진 선발이다. 오원석이 돌아오면 배제성에게 과거 당연했던 선발 자리가 보장이 안 될수도 있다.
배제성은 "우리 팀이 감독님 오시고 나서부터 항상 선발 로테이션이 정말 원활하게 돌아갔던 팀이다. 그렇게 되면서 경쟁을 해야 서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더라. 그 자리(선발)에 또 들어가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노력해야 그 자리에 못 들어가도 조금 더 중요한 임무도 맡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좋은 선수가 둘이나 생기는 거니까. 팀적으로도 좋은 시너지가 많이 일어났던 것 같다. 물론 나도 경쟁을 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나한테도 좋고 팀 성적도 좋은 효과가 나올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KT는 최근 2연패에 빠지면서 KIA와 공동 5위가 됐다. 17일과 18일 광주 KIA전에서 헤이수스와 소형준을 내고 연이틀 패배한 여파가 컸다. 배제성은 이날 많은 공을 던지기는 어렵지만, 불펜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해야 한다.
배제성은 "올 시즌만큼은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내 능력이 닿는 곳에서 언제든지 불러만 주시면 나가서 해결할 수 있게 준비 잘했다. 어디든 나가서 던지랄 때 던질 것이다. 군대 가기 전에도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긴 했는데, 군대에 가고 나니 아쉬움들이 계속 있더라. 지나고 나서 보니 이때 조금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라도 조금이라도 그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조금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