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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수, 오랫동안 뛰어달라" 6월 말인데 외국인 타자 2년 연장 계약, 감독-동료-스태프 마음 잡아끈 실력과 인성[민창기의 일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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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야구(NPB)는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를 공급하는 주요 루트다. 아시아 야구를 경험한 선수가 한국야구에 빠르게 적응한다. 일본야구를 경험했다는 건 1차 검증을 거쳤다는 뜻이다. 위험 부담을 줄이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메리트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 돌풍의 주역 코디 폰세(31). 일본에서 적응력을 키웠다.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2년, 라쿠텐 이글스에서 1년을 던졌다. 그는 니혼햄에서 첫해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뷰캐넌.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3년을 뛰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삼성에서 4년간 '54승'을 올리고 떠났다.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한화는 2023년 우완 투수 버치 스미스와 외야수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영입했다. 1선발과 4번 타자로 기대했던 둘은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조기퇴출됐다. 스미스는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2실점하고 교체됐다. 부상으로 첫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됐다. 오그레디는 22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125-8타점-40삼진을 남기고 짐을 쌌다. 두 선수 모두 2022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를 거쳐 한화로 왔다.

지난해 삼성이 세이부 출신 외야수 데이비드 맥키넌을 데려왔다. 그 또한 시즌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지난해 7월 퇴출 통보를 받았다. 타율 0.294-4홈런-36타점. 맥키넌이 72경기에서 올린 성적이다. 외국인 타자로서 홈런이 부족했다. KBO리그 팀들이 세이부 출신 선수를 계속 영입했다는 건 세이부가 외국인 선수 덕을 못 봤다는 의미다.

세이부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자원을 찾은 모양이다. 세이부는 23일 외야수 타일러 네빈과 2026년까지 2년 연장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도 아닌 6월에 이례적으로 계약을 연장했다. 그만큼 신뢰가 두터웠다.

구단 관계자는 "그는 찬스에 강하고 수비가 견실하다. 팀에 헌신적이면서 리더십이 좋아 우리 팀에 꼭 필요하다. 오랫동안 핵심 선수로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최고 수준의 찬사다. 성적뿐만 아니라 좋은 인성까지 고려한 재계약이라고 했다. 니시구치 후미야 세이부 감독은 "팀에 헌신하는 정말 훌륭한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네빈은 구단을 통해 "나를 신뢰하고 지지해 준 팀원과 스태프,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남은 시즌 더 멋진 활약을 위해 노력하겠다. 눈앞의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1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데뷔한 네빈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192경기에 출전했다. 통산 타율 0.204-104안타-12홈런-4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으로 87경기에 출전했다.

28세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연봉 2억5000만엔에 1년 계약했다. 지난해 퍼시픽리그 꼴찌를 한 세이부가 타선 강화를 위해 선택한 카드다.

세이부는 지난해 팀 타율 0.212를 기록, 양 리그 꼴찌를 했다. 네빈과 계약 당시 구단 관계자는 "(오릭스 버팔로즈에서 영입한) 세데뇨와 함께 공격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이다"라고 했다.

기대대로 팀에 금방 녹아들어 중심타자로 자리잡았다. 지난 4월 말부터 4번 타자를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5월 24경기에 나가 타율 0.292-26안타-4홈런-17타점을 기록했다. 5월 MVP에 선정됐다.

첫해부터 68경기 전 게임에 출전 중이다. 24일 현재 타율 0.269(253타수 68안타)-5홈런-32타점. 눈에 확 띄는 스탯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NPB는 '투고타저' 리그다. 네빈은 퍼시픽리그 타격 9위, 안타 4위, 홈런 공동 10위, 타점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홈런과 타점은 팀 내 '톱'이다.

득점권 찬스에서 강했다. 60타수 22안타, 타율 0.367. 퍼시픽리그 득점권 타율 3위다.

네빈의 아버지는 필 네빈, 전 LA 에인절스 감독이다. 일본야구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LA 에인절스에서 뛸 때 사령탑이었다.

지난해 승률 0.350에 그친 세이부는 니시구치 감독 체제로 바꿔 반등에 성공했다. 1위 니혼햄 파이터스을 3경기차로 추격하고 있다. 2위 오릭스 버팔로즈와 1경기, 3위 소프트뱅크와 0.5경기차다. 4위지만 승차가 크지 않아 우승까지 노려볼만하다. 타선에선 네빈의 활약이 원동력이 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