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레바미피드(Rebamipide)가 신경세포 보호 및 뇌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어,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치료에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약자원연구센터 박건혁·임혜선 박사 연구팀의 연구 성과가 알레르기 및 면역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Journal of Neuroinflammation'(2025년 기준 IF 10.1, JCR Neurosciences category 상위 5%)에 2025년 5월 17일 게재됐다고 밝혔다. 제1저자는 임혜선 박사, 교신저자는 박건혁 박사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며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근본적 치료법이 제한적이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의 많은 수가 변비, 위무력증과 같은 위장관 이상 증상을 동반하며, 장과 뇌의 기능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 되어 있다는 점에서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위장 기능을 관장하는 '비(脾)'가 정신활동(思)을 주관한다(脾主思)고 보며, 위장 기능과 뇌 기능은 단절된 것이 아닌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생리 시스템으로 해석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전통 이론에 착안해, 레바미피드가 가진 위장 보호 효능이 신경세포 보호에도 적용되어 파킨슨병 모델에서 운동장애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위장 점막 보호와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는 위장약 레바미피드는 위염, 위궤양 등의 치료에 사용돼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레바미피드는 파킨슨병 유도 실험동물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율을 약 2.1배, 도파민 분비량을 약 1.4배 증가시켰고, 동시에 NLRP3·NEK7 단백질 복합체 형성을 저해함으로써 뇌 염증 경로를 조절하는 작용기전도 규명됐다.
레바미피드는 두 단백질 사이의 수소 결합 및 할로겐 상호작용을 차단해 복합체 결합을 억제했고, 이로 인해 염증 유발 물질의 발현도 약 3.7배 감소했다. 또한, 가상 도킹 분석 결과 레바미피드가 두 단백질에 동시에 결합해 복합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구조적 가능성도 확인했다.
아울러,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로 NLRP3 유전자가 억제된 마우스에서는 레바미피드의 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줄어들어, 이 염증 경로가 핵심 기전임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한의학 전통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 신경과학 분야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융합연구 성과"라며, "이는 한약뿐만 아니라 기존 양약도 한의학적으로 재해석해 치료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