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레그킥을 그렇게 높게 하는 타자는 정말 오랜만이다."
왕년의 우타 거포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타석에 선 위압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주말 KT 위즈와의 2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NC가 KT 상대법을 발견했다'는 농담이 나왔다. 자타공인 괴물타자 안현민(23)만 피하면 된다는 것. 안현민은 이틀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대신 고의4구 1개 포함 5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KT의 깜짝 구세주다. 지난 5월 한달간 타율 3할3푼3리 9홈런 2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25를 몰아쳤다. 6월에도 타율 3할5푼5리 4홈런 14타점, OPS 1.078로 여전한 불방망이를 뽐내고 있다.
25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이호준 NC 감독은 지난 KT전에 대한 질문에 "나는 승부하라고 했다. 투수들이 피한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적극적인 승부를 지시했는데, 볼이 많아지면서 볼카운트가 불리해졌고, 그때 비로소 '어설프게 승부하지 말고 차라리 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선수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우타 빅뱃이었던 이호준 감독에게도 남다른 존재감이었다. 그는 "안현민은 타석에 서있는 자체로 무섭긴 하더라. 맞으면 바로 홈런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타자"라며 특히 레그킥에 주목했다.
"장성호 이후 가장 레그킥을 높게 하는 타자인 것 같다. 힘을 완벽하게 모아서 때릴 줄 안다고 할까? 레그킥을 크게 하면 당연히 비거리는 늘겠지만…굉장히 힘든 타격폼이다. 내가 20대 때 저렇게 다리를 높게 들었는데, 당연히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요즘 투수들은 킥이 빨라져서 잘못하면 다리를 내리기도 전에 공이 날아온다. 그런데 안현민은 다르더라. 타격 밸런스가 진짜 좋고, 그 킥에 맞춰서 딱 치더라. 약간 늦은듯 해도 힘으로 밀어낸다."
감독이 되기전엔 유능한 타격코치로 손꼽혔던 이호준 감독이다. 그는 "전에 잘 치는 타자들을 보면 그 타격폼의 비결에 대해서 직접 가서 물어보곤 했다. 키움 송성문, 롯데 윤동희 같은 타자들"이라며 "김주원에겐 송성문에게 배운 비결을 전수해줬다"며 웃었다.
"송성문이 어느날부터인가 변화구에 꼼짝도 안하고 홈런 수가 막 늘어나더라. 그래서 비결을 물어봤더니, 허벅지 힌지를 딱 쪼아서 골반을 걸쳐놓고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한다고 하더라. 김주원이 송성문과 비슷한데가 있다. 타격할 때 하체가 나가줘야 좋은 타격이 나오는데, 송성문 얘기를 해줬더니 타격할 때 중심이 딱 잡히더라."
이호준 감독은 "140㎞ 직구를 정면에서 치면 160㎞가 된다. 난 그걸 '교통사고'라고 부르는데, 공의 힘을 스펀지처럼 받아주면서 자연스럽게 때려야한다"면서 "쉽지 않은 얘기인데, 김주원은 그걸 해내더라. 알려주자마자 다음날부터 바로 2안타, 3안타 쳤다. 결과가 나오니가 신뢰가 생긴 거지"라며 웃었다.
창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