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흥민 교체 순간 너무 아름다웠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의 찬사였다. 토트넘과 뉴캐슬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을 1대1로 마무리했다. 승패는 중요치 않았다. 모든 관심은 손흥민에게 집중됐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라스트댄스였다.
무수한 '설' 속에서도 말을 아끼던 손흥민은 고국 팬들 앞에서 직접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2일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나서 자신의 향후 거취를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올 여름, 팀(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손흥민은 "축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축구를 하면서 한 팀에 10년 있었던 것은 내게도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새 환경에서 새 동기부여를 통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10년 전에 처음 왔을 땐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었다. 지금은 남자가 돼 떠나게 됐다. 작별에도 좋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지만 좋은 시기에 떠나게 됐다. 모두가 이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흥민의 거취는 올 여름 최대 관심사였다. 손흥민은 2024~2025시즌 마침내 무관에서 탈출했다.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커리어 첫 메이저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캡틴'으로 토트넘에 17년 만의 우승, 41년 만의 유럽 무대 우승을 안겼다. 해리 케인(뮌헨)도, 가레스 베일(은퇴)도 못한 업적이었다.
손흥민은 명실상부 토트넘의 레전드다. 2015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한해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 4번의 EPL 이달의 선수상, 9번의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상 등을 수상했다. 토트넘 역사상 6번째로 많은 454경기에 출전해, 5번째로 많은 173골을 넣었다. 어시스트(도움)는 1위다.
지난 2024~2025시즌부터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7골에 머문 손흥민은 2016~2017시즌 이후 이어온 두자릿수 득점 기록이 9시즌 만에 마감됐다.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재계약에 주저했고,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데 그쳤다. 2026년 여름까지 계약이 남아 있었지만,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언터처블'이던 입지가 달라진 것이었다. 영국 언론은 '토트넘이 헌신한 손흥민을 위해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줄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의 결정은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벤 데이비스 등 일부 '절친'들에게만 알릴 정도로 손흥민의 결정은 극비였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다.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하자고 내 안에서 얘기를 했다. 내 결정을 도와준 팀에도 감사하다"고 했다.
프랭크 감독의 예고대로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향해 경기 내내 뜨거운 환호가 이어졌다. 경기 전 소개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시축에 나선 '절친' 박서준은 "손흥민의 긴 토트넘 여정에 밤잠을 많이 설치고 감사했고 즐거웠다.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그의 시축은 손흥민에게 향했고, 볼을 잡은 손흥민은 박서준을 안고 미소를 지었다.
전반부터 손흥민은 최선을 다했다. 후반 18분 교체사인이 나왔다. 등번호 7번이었다. 손흥민은 모하메드 쿠두스와 교체돼 나왔다. 토마스 프랭크감독을 비롯해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 스태프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팬들도 이심전심이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영웅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토트넘 뿐만 아니라 뉴캐슬 선수들까지 그라운드에 있는 22명 선수들 모두 박수를 보냈다. 모두 하이파이브를 하며 손흥민의 마지막을 축하해줬다. 손흥민은 벤 데이비스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주며 마지막 소임을 다했다.
팬들의 박수 갈채가 이어진 가운데, 손흥민은 벤치로 자리를 옮기며 선수들과 포옹했다. 손흥민은 특히 '후배' 양민혁을 한참 동안 안았다. 결국 눈물이 터졌다. 벤치에 앉은 손흥민은 한참을 울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의 마지막이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고국 팬들 앞에서 감동의 피널레를 장식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프랭크 감독은 "좋은 팀간 좋은 내용이었다. 전반은 하이프레싱으로 주도를 잡으려고 했고, 찬스를 만들었다. 결정력이 아쉽지만, 경기 내용은 좋았다"고 했다.
손흥민 교체장면에 대해서는 "너무 아름다웠다. 경기장에 있던 선수들, 뉴캐슬에게도 감사하다. 손흥민이 교체돼 나왔을때 선수들을 안아주면서 감정적으로 올라온 것 같다. 축구의 아름다움과 존경심이 생긴 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오늘이 손흥민의 마지막 경기인 것 같다"고 했다.
프랭크 감독은 "뉴스와 상관없이 손흥민은 프로페셔널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모두가 손흥민이 그런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잘 준비했다"고 했다.
이날 프랭크 감독은 많은 젊은 선수들을 투입했다. 프랭크 감독은 "주목할만한 선수는 아치 그레이였다. 그레이는 큰 인상을 남겼다. 볼을 운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압박 상황에서 열심히 싸웠다"고 했다. 양민혁에 대해서는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홈팬들 앞에서 긴장 했을텐데 좋은 모습 보였다.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아쉽게 득점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부상을 당한 매디슨에 대해서는 "축구는 잔인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매디슨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지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며 "전에 다친 부분을 동일하게 다친 것 같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