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마치 리플레이를 보는 듯, 두 타석 연속 머리쪽으로 공이 날아들었다. 윤동희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려 어깨와 팔로 공을 막아냈지만, 경기장이 싸늘해질 정도로 아찔한 사구였다.
그런데 화를 내도 모자랄 윤동희가 오히려 웃으며 투수를 위로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3일 고척스카이돔. 키움의 선발투수로 등판한 신인 정세영이 1회도 못 버티고 내려간 가운데 롯데가 3회까지 매이닝 3점을 뽑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롯데가 5-0으로 앞선 2회초 1사 1, 3루에서 윤동희가 첫 타석에 들어섰다. 정세영에 이어 등판한 임진묵도 제구가 좋지 못했다. 볼카운트 3B2S에서 142km의 직구가 윤동희의 얼굴 쪽으로 날아들었다.
몸을 돌리며 피한 윤동희가 어깨로 공을 막아냈다. 충격으로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위협적인 사구.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윤동희가 고통을 참아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1루로 걸어나간 윤동희를 향해 임진묵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윤동희는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한 번의 사구는 참을 수 있다. 그런데 3회초 1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윤동희가 또 사구를 맞았다.
정세영, 임진묵에 이어 등판한 베테랑 투수 김선기의 139km직구가 똑같은 코스로 윤동희를 향해 날아들었다.
팔을 들어올려 공을 막아낸 윤동희를 향해 김선기가 곧바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연타석 사구를 맞은 타자가 사과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윤동희는 달랐다. 그는 다시 한 번 웃으며 김선기를 향해 '괜찮다'는 사인을 곧바로 보냈다.
당사자인 윤동희는 화내지 않았지만, 연타석 사구를 지켜본 감독의 반응은 달랐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곧바로 그라운드로 나와 주심과 대화했다. 경기 후 확인한 결과, '주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미의 항의였다.
어딘가 낯이 익은 장면. 지난 5월 18일 사직 삼성전에서 좌완 이승현 5회말 장두성에게 헤드샷을 던져 퇴장 당한 직후, 이어 등판한 양창섭의 148km 직구가 윤동희의 머리 쪽을 향했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격분해 벤치를 박차고 나와 격렬히 항의했고, 결국 벤치클리어링으로 번졌다.
다행히 이날은 김 감독이 짧게 대화를 나눈 후 다시 벤치로 들어가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1루에 나간 윤동희는 1루수 임지열의 위로에 웃으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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