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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행, 첫 번째 옵션 아니었다" 손흥민 정말 사우디 가려했나…그럴 만도 하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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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LAFC가 내 첫 번째 선택지는 아니었다."

7일(한국시각) BMO스타디움에서 LAFC 입단 기자회견에 나선 손흥민(33)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LAFC는 지난 시즌 말미에 손흥민에 관심을 보이는 팀 중 하나로 거론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으로 이제 창단 10년차를 맞이한 젊은 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이적으로 주가가 치솟은 MLS지만, 유럽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손흥민이 실제 LA행을 택할 것이라 본 이는 많지 않다. 앞서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이 LAFC의 관심을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토트넘의 한국 투어를 앞두고 LAFC의 존 토링턴 단장이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과 토트넘 수뇌부를 설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 미국행이 가시화 됐다. 결국 손흥민은 MLS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새롭게 쓰면서 새로운 도전에 이르렀다.

손흥민은 "LA가 내 첫 번째 선택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첫 통화로 내 마음을 바꿨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 지 비전을 보여줬고, 결국 이 곳에 왔다"고 밝혔다. 토링턴 단장을 비롯한 LAFC의 구애와 프로스포츠 '끝판왕'인 미국의 환경과 여건, 마지막 월드컵 커리어가 될 것으로 보이는 2026 북중미월드컵에 대한 동기부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아시아를 넘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달의 선수상만 4번이나 차지했다. 2024~2025 유로파리그 우승을 일군 '캡틴'이었고, 2020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해 최고의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하는 푸스카스상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토트넘에서만 통산 454경기 173골-101도움, EPL로만 한정하면 127골-71도움을 기록했다. 득점은 EPL 역대 16위, 도움은 17위, 공격포인트는 13위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결별 움직임을 보이자 구애가 쏟아졌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알 이티하드는 2023년 여름 이적료 6000만유로, 연봉 3000만유로의 4년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대한민국 캡틴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는 기성용(포항)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행을 거절했다.

하지만 사우디 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알 이티하드 뿐만 아니라 알 힐랄, 알 나스르 등 사우디리그를 대표하는 팀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고 손흥민에게 손짓했다. 조건은 유럽 톱클래스급 선수들과 견줘 손색이 없거나, 오히려 많은 수준이었다.

최근 사우디 리그는 더 이상 '오일머니'로만 치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2020년대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사우디리그는 이제 유럽 축구까지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매년 이적시장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앞세워 유럽 스타들을 데려오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사디오 마네, 주앙 펠릭스(이상 알 나스르),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이상 알 이티하드), 리야드 마레즈, 에두아르 멘디, 알랑 생막시맹, 호베르투 피르미누, 아이반 토니(이상 알 아흘리), 후벵 네베스, 칼리두 쿨리발리, 야신 부누, 주앙 칸셀루, 테오 에르난데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이상 알 힐랄),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무사 뎀벨레(이상 알 이티파크), 야닉 카라스코, 자코모 보나벤투라(이상 알 샤밥) 등이 사우디에서 활약 중이다. 최근 막을 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6강전에선 알 힐랄이 맨체스터시티를 꺾는 이변을 만들며 세계 축구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동안 왕족, 정부 주머니에 기댄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 클럽 민영화를 시도하며 내실 다지기에도 나서고 있다. 스페인 2부 카디스를 소유한 미국 투자사 하버그그룹이 알 콜루드를 인수하면서 최초의 해외 자본 유치에도 성공했다. 유럽 스타들을 끌어 모으는 것 뿐만 아니라 질적-양적으로 팽창 중인 사우디리그의 기세를 보면 손흥민이 이적을 결심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손흥민은 새로운 도전에 초점을 맞췄다. 손흥민의 LAFC행에 미국은 들썩이고 있다. 팬 뿐만 아니라 지역 연고팀인 다저스(야구), 클리퍼스(농구), 램스(미식축구)까지 환영 대열에 동참할 정도. "우승하러 LA에 왔다"고 밝힌 손흥민이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