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인간의 레벨이 맞는 것인가'
투수로 161㎞의 강속구를 꽂아넣고, 타자로는 174㎞의 타구 속도를 만들어낸다. 공이 쪼개지지 않는 게 용할 정도다. 당연히 그렇게 얻어맞은 타구가 향할 곳은 담장 밖이다.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가 드디어 40홈런 고지를 밟으며 3년 연속 40홈런을 달성했다. 더불어 역대 LA다저스 선수 중 최소 경기(117경기)만에 40홈런을 달성하는 대기록도 함께 수립했다.
더불어 3년 연속 40홈런을 친 것은 메이저리그(MLB) 현역 타자 중 오타니가 유일하다. 현재 MLB홈런 1위인 칼 롤리(시애틀 매리너스·44개)도, 오타니의 라이벌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37개)도 못 오른 경지다. 더구나 오타니는 올 시즌 다시 '투타 겸업' 모드를 가동 중이다. 보면 볼수록 '비정상적'인 스탯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오타니가 인간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오타니는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0으로 앞선 4회말 1사 후 타석에 나와 토론토 우완 선발 크리스 배시를 상대로 중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을 포함해 오타니는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9대1 대승을 진두지휘했다.
볼카운트 3B1S에서 배시의 5구째 86.2마일(시속 약 138.7㎞)짜리 싱커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들어왔다. 구속이나 변화의 폭, 코스가 오타니에게는 마치 홈런 레이스의 배팅볼처럼 느껴진 듯 하다.
가볍게 돌린 배트의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걸린 타구는 커다란 파열음을 내며 미사일처럼 경기장 중앙을 가르고 날아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버렸다.
메이저리그 게임데이 페이지에 따르면 이 타구의 속도는 무려 107.8마일(시속 약 174㎞)였다. 가볍게 스윙한 것 같았지만, 배트 중심에 너무나 정확히 걸린 결과다. 말 그대로 공을 반으로 쪼개듯이 때렸다. 발사각도도 매우 이상적인 27도. 짧은 순간 비행했지만, 비거리는 417피트(약 127m)까지 나왔다.
오타니의 올 시즌 40번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40홈런 고지를 밟게 됐다.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3년에는 44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렸다. LA다저스 이적 첫 시즌인 지난해에는 54홈런으로 내셔널리그 홈런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저지가 58홈런을 날리며 오타니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오타니가 올해 저지보다 먼저 40번째 홈런을 치며 3년 연속 40홈런을 달성하는 '꾸준함' 측면에서 저지를 제쳤다. 저지는 아직 37홈런으로 3년 연속 40홈런까지는 3개를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지난달 말 팔꿈치 염좌 부상을 입어 제대로 홈런포를 가동할 수 있을 지 물음표가 달려 있다. 자칫 3년 연속 40홈런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다.
올해 센세이셔널한 활약으로 MLB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롤리는 커리어 홈런 측면에서 오타니나 저지의 레벨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올해까지 3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을 뿐이다. 40홈런 이상을 친 게 올해가 처음이다. 앞으로 2년 더 올해처럼 활약해야 비로소 3년 연속 40홈런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더불어 오타니는 다저스 타자 역사상 최소 게임만에 40홈런 고지에 오른 인물이 됐다. 팀 117경기, 오타니 개인 115경기 만이다. 오타니는 현재 내셔널리그 홈런 2위다. 1위는 필라델피아의 카일 슈와버(41)다. 불과 1개차이라 언제든 오타니가 뒤집을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1위 롤리와는 4개 차이다. 이 또한 역전을 기대할 만한 차이다. 오타니의 '탈인간급'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