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NC 다이노스가 KIA 타이거즈를 또 잡았다. 5강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NC는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6대12로 신승했다. 2회초 5점을 준 경기를 뒤집는 짜릿함을 맛봤다. 9일 경기가 비로 취소된 가운데 NC는 3연전 중 열린 두 경기를 다 잡으며 기사회생하게 됐다. 주중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엄청난 충격을 받고, 5강 경쟁에서 멀어지나 했는데 경쟁팀 KIA를 상대로 천금같은 2승을 거뒀으니 말이다. 반대로 갈 길 바쁜 KIA는 2연패에 빠지며 씁쓸하게 다음 원정지인 대구로 이동하게 됐다.
예측 불가의 경기, 전쟁같은 혈투였다. 2회가 하이라이트였다.
2회초 KIA가 NC 선발 로건을 무너뜨리며 5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선두 4번 최형우가 솔로홈런을 때린데 이어 나성범의 안타, 그리고 위즈덤의 투런포까지 터졌다. KIA의 기세는 더욱 이어졌다. 1사 1루 찬스서 9번 김호령까지 로건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홈런 3방으로 5점을 내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듯 했다.
하지만 악몽같은 2회말이 KIA를 기다리고 있었다. NC 4번 박건우의 내야안타가 시작이었다. 이우성이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쳤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묘해졌다. 김형준이 좌익수 방면 평범한 플라이를 쳤는데, KIA 좌익수 이창진이 타구 판단 실수로 이 공을 안타로 만들어줘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서호철의 타구도 이창진이 대시를 하지 못하며 안타가 됐다. 이의리가 이에 흔들리며 갑자게 제구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권희동에게 볼넷, 김주원에게 밀어내가 사구까지 허용했다.
NC의 3-5 추격. 행운까지 따랐다. 최원준의 삼진으로 찬물이 끼얹어지는 듯 했으나, 박민우가 친 빗맞은 타구가 투수와 포수 사이 애매한 곳으로 굴렀고 포수 김태군이 공을 잡아 홈에 대시하는 3루주자 서호철을 잡으려 몸을 던졌지만 세이프.
KIA 벤치는 여기서 이의리를 내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건국이 데이비슨을 삼진 처리하며 성공을 거두는가 했다. 하지만 박건우가 김건국을 상대로 역전 결승 만루홈런을 때려버렸다. 그렇게 NC가 2회말 8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기세를 올린 NC는 3회 앞선 두 타석 모두 삼진을 당했던 최원준까지 적시타 행렬에 가담하며 1점을 더 도망갔다. 안심할 수 없었다. KIA가 5회 최형우의 1타점 안타로 6-9로 따라붙었기 때문.
그런 가운데 5회말 사실상 NC쪽으로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흘렀다. 박민우의 1타점 우전 안타에 이어, 앞선 세 타석 내야 땅볼과 두 개의 삼진으로 부진하던 4번타자 데이비슨이 한재승을 상대로 결정적인 쐐기 스리런포를 터뜨린 것. 이틀 전 결승포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이자 시즌 21호포.
KIA가 6회초 힘이 빠진 로건을 공략해 2점을 따라갔지만 이미 점수차가 너무 컸다. 그리고 NC가 6회말 김형준의 적시타로 더 달아나며 KIA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듯 했다.
하지만 KIA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8회 경기를 접전으로 만들어버렸다. NC는 이창진에게 내야 땅볼 타점을 준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바뀐 투수 임정호의 실책으로 추가점을 주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4점차지만, 이상한 흐름에 마무리 류진욱을 조기 투입했지만 믿었던 류진욱이 최형우에게 적시타를 맞고 홍종표의 '알까기' 실책까지 나오며 2점차까지 쫓겼다. 위즈덤의 홈런이면 역전까지 가능한 절체절명의 상황, 하지만 류진욱이 위즈덤을 3루 땅볼로 잡아내며 불을 껐다.
KIA는 그렇게 잘 따라와놓고, 이창진의 허무한 송구 실책으로 상대에 쐐기점을 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힘이 빠진 KIA는 성영탁이 김휘집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류진욱은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천금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2경기 연속 세이브이자 시즌 23번째 세이브.
NC 선발 로건은 5⅔이닝 8실점(6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타선 지원 속 승리 투수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시즌 6승9패. KBO리그 한 경기 최다 실점 승리투수의 실점은 9실점이다.
팔꿈치 수술 후 복귀해 네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이의리는 수비 실수와 제구 불안 속 1⅓이닝 7실점 최악의 피칭을 하고 말았다.
엄청난 역전극에, 실책에, 종잡을 수 없는 흐름에 공포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의 양팀의 처절한 혈전이었다.
창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