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창진 실수 때문인가, 아니면 이의리 스스로가 아직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일까.
KIA 타이거즈는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경기 전 이범호 감독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라며 총력전을 선언한 가운데, 2회초 홈런 3방을 앞세워 5-0으로 앞서나갔지만 2회말 상대에게 8점을 내주며 경기가 뒤집어졌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겨 졌다. 갈 길 바쁜 KIA 입장에서 자신들을 추격해오는 NC를 상대로 두 경기를 다 내준 건 최악의 결과였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2회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보통 한 이닝 홈런 3방을 맞은 팀은 휘청이기 마련인데, NC는 곧바로 박건우의 만루홈런 포함 8점을 내 역전을 시키니 KIA가 그로기 상태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선발 이의리가 버티지 못했다. 1⅓이닝 5안타 1볼넷 1사구 3삼진 7실점. 팔꿈치 수술 후 후반기에 복귀해 4경기를 뛰었는데, 이날 충격타로 이의리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0.80이 됐다.
물론 이의리도 억울한 건 있었다. 1회 선두 김주원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최원준과 박민우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의리 제구가 이렇게 좋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결점 없는 피칭이었다. 150km 강속구가 존 구석구석을 찔렀고 커브의 완성도도 좋았다.
하지만 2회 급격히 무너졌다. 박건우에게 내야안타, 이우성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의리는 김형준을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로 유도했다. 하지만 좌익수 이창진이 타구 판단을 완전히 잘못해 쉽게 아웃을 시켜야 할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줘버렸다. 이의리가 허탈해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여기에 다음 타자 서호철의 타구도 김형준의 것보다는 잘 맞았지만, 이창진이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보였는데 또 스타트가 늦어 안타가 되고 말았다.
이 두 장면에 충격을 받았는지 이의리는 권희동에게 볼넷, 김주원에게 사구를 내주며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가 알던 이의리의 모습이 나와버리고 만 것이다.
이의리는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KIA가 2021년 1차지명을 한 후 꾸준하게 기회를 주며 선발 투수로 키웠다. 하지만 장단이 너무 극명했다. 공은 빠르지만, 제구라는 숙제를 풀지 못했다. 늘 주자를 다 깔아놓고, 거기서 또 불같은 강속구로 삼진을 잡아 이닝을 꾸역꾸역 막는 스타일. 아예 무너진다면 모르겠는데 그렇게 2022 시즌 10승, 2023 시즌 11승을 하니 로테이션에서 뺄 수도 없었다.
이의리는 지난 시즌 초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1년이 넘는 시간 재활을 마치고 어렵게 마운드에 돌아왔다. 구위는 여전하다. 하지만 제구 문제도 그대로였다.
일단 이번에는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정상 참작할 수 있다고 할 때, 중요한 건 다음 등판이다. 또 다시 제구 문제를 노출하면 힘들어진다. 마음을 편히 먹어야 한다. ABS의 시대다. 오히려 이의리같이 제구가 거친 투수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