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 중계를 보면 드는 의문 하나?
왜 볼, 스트라이크, 아웃 카운트는 표시가 방송사 별로 조금씩 다른 것일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스스로 색약자라고 밝힌 한 야구팬이었다. "중계를 보는 데 화면이 작아서 볼 스트라이크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는 하소연.
적록색약(적록 색각 이상)은 색각 이상 중 가장 흔히 나타난다. 전체 색각 이상자의 약 99%가 적록색약자다. 적지 않은 인구가 적록색약자다. 남성의 약 6~8%, 여성의 약 0.5~1%가 색각 이상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적록색약이다. X염색체 유전 때문인데, 색각 이상 유전자는 X염색체에 있기 때문에 남성의 유전 확률이 더 높다.
현 상황은 어떨까.
프로야구를 상시 중계하고 있는 곳은 5개 채널. KBSN스포츠, MBC스포츠플러스, SBS스포츠, SPOTV,SPOTV2다.
KBSN스포츠, MBC스포츠플러스, SBS스포츠는 화면상 볼카운트를 숫자로 표시하고 있다. SPOTV,SPOTV2는 과거의 신호등 표시로 구분하고 있다.
적록색약 프로야구 팬의 하소연은 SPOTV,SPOTV2 중계를 언급한 이야기다. SPOTV 측은 '왜 유일하게 신호등식 과거 표시 화면을 고수하느냐'는 스포츠조선의 문의에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실 표시되는 결과가 방송사 별로 다를 뿐 모든 방송사가 적록색약자를 위한 배려만으로 화면을 숫자로 일괄 변경한 것은 아니다.
KBSN스포츠 측 관계자는 "현재 사용 중인 스포츠 코더는 색약 등 시각적 불편을 겪는 분들을 별도로 고려한 디자인은 아니"라며 "스포츠 코더는 통상 2,3년 주기로 교체되며, 이는 방송 트렌드 변화에 맞춰 진행된다. 메이저리그나 타 방송사의 코더를 벤치마킹해 제작하는 경우가 많고, 현행 코더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중계 방송사들도 색약 등 장애를 지닌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100% 반영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KBSN스포츠 관계자는 "사실 현재도 야구 중계 중 주자 위치를 표시하는 그래픽(주자가 1루에 나가면 빨간색으로 표시됨) 관련, 시청자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고 있다. 특정 시청자층, 특히 색각 이상 시청자들은 인지가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장애가 있으신 분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일반 시청자 분들을 위주로 제작하다보니 모든 분들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반영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위성과 현실이 현장에서 조금씩 엇박자를 낼 수 밖에 없는 제작 환경. 그러다보니 장애인의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적극적 반영은 우선순위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약 5년 전쯤 각 방송사 제작팀장이 시청자재단에 소환돼 소명한 사례도 있다. 당시 문제가 된 부분은 프로그램 예고 멘트('이어서 OOO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에 자막이 없어 청각장애인 시청자로부터 항의를 받은 사례였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의도를 떠나 스포츠 방송 3사의 볼카운트 숫자 표시도 결과적인 배려가 이뤄진 긍정적 사례다.
시각장애인 야구팬을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국회의원(44·국민의힘)이 '장애인스포츠 관람권' 입법에 나섰고, 2023년 5월 장애인의 문화 향유, 정보 접근권 향상을 위한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결과 2023년 8월 잠실, 사직, 광주 3개구장에서 '시각장애인 현장 관람객 대상 음성지원 서비스'가 시작됐고, 지난해도 문체부의 예산 편성 속에 7월12일 잠실야구장에서 김예지 의원과 장미란 당시 문체부 차관, KBO 허구연 총재와 시각장애인 팬들이 함께 한 가운데 잠시 중단됐던 서비스가 재개되기도 했다.
느리고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들이 모여 함께 사는 삶을 향한 변화가 이뤄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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