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성용이형이 오고 내가 축구력이 올라간 느낌이 있다"
포항은 1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광주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포항(승점 38)은 이번 승리로 대구전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포항이 2연승을 무실점으로 달린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포항의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광주가 끈질긴 수비로 버텨내며 전반 '0'의 균형이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공세를 유지한 포항이 전반 막판 선제골을 터트리며 리드를 잡았다. 주인공은 홍윤상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3분 강민준이 우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침착하게 잡아낸 조르지가 페널티박스 정면 홍윤상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홍윤상은 정확한 왼발 슛으로 광주 골문 구석을 찔렀다. 포항은 홍윤상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키며 승리했다.
결승골로 경기 수훈 선수로 꼽힌 홍윤상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홈에서 오랜만에 승리해서 굉장히 기쁘다. 팀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앞으로 경기가 재밌게 느껴질 것 같아서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윤상은 이날 경기 오른손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기자회견장에도 보호대를 착용한 상태였다. 그는 "훈련하다가 삐끗했다. 붓기 때문에 압박을 해야해서 테이핑하고 왔다"고 밝혔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이날 승리 후 홍윤상에 대해 K리그에서 가장 순산적인 움직임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홍윤상은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다. 많이 혼나고, 감독님께 배우려고 하고 있다. 그런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래도 그런 부분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연계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점을 더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전반기까지 좌측 윙어나 투톱의 전방에서 경기를 소화했던 홍윤상은 최근 들어 박태하 감독의 전술 최전방에서 프리롤 역할을 맡아 경기장을 자유롭게 누비고 있다. 프리롤 부여와 함께 최근 4경기 3골을 터트리며 기세가 올랐다. 홍윤상은 "전술이 완전히 바뀌어서 아직 적응하는 단계다.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혁신적이라고 느낀다. K리그에서 시즌 중에 전술 변화를 파격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감독님이 많이 없을 것 같다. 존경하고 따르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프리롤이 나에게 잘 맞는다, 안 맞는다는 모르겠지만 최근에서 골을 잘 넣어서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해외 축구에서 아탈란타가 비슷한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히 말하면 전술이 유출되는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자유롭게 구애받지 않고, 수적우위를 점하게 해주는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윤상의 부활이 포항 구단과 팬들에게 더욱 뜻깊은 이유는 올 시즌 초반 부진 때문이다. 지난 시즌 포항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홍윤상은 올 시즌은 시즌 중반까지 부진과 함께 어려운 시간이 이어졌다. 이적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활약하고 있다. 홍윤상은 "무거운 얘기지만, 여름 이적시장에 이적 관련 얘기가 구체적으로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그때도, 지금도 내 1옵션은 포항에서 활약하는 것이었다. 그걸 지금 이루고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감독님이 나를 잡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우연치 않게도 홍윤상 부활의 시작은 '레전드' 기성용의 합류였다. 기성용이 올여름 포항에 합류하고 활약하며 홍윤상도 덩달아 경기력이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도 홍윤상은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아쉽게 골까지 연결하지는 못했다. 홍윤상도 "(기)성용이 형이 자기 오니까 잘해졌다고 하더라, 성용이 형이 오고 내가 축구력이 올라간 느낌이 있다. 스탯이 그렇게 나온다. 나에게도 (성용이 형은) 레전드다. 절말 많이 배우고 있다. 포항 와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계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전술, 기성용의 합류, 스스로의 활약과 함께 자신감을 찾은 홍윤상은 목표 또한 대단했다. 앞으로 남은 시즌 몇 골 더 넣을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100골 넣고 싶습니다"라며 미소와 함께 포부를 드러냈다.
포항=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