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우리에게는 박승수가 남아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20년 만에 한국선수가 사라질 위기다. 손흥민이 10년간 지켜온 토트넘 홋스퍼 터줏대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떠났고, 황희찬(울버햄튼)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2부리그 이적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황희찬마저 떠나면 20년만에 EPL 무대의 한국선수는 사라진다.
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희망이 등장했다. EPL 뉴캐슬에 새로 합류한 박승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의 신뢰가 굳건해서 잘하면 2025~2026시즌 EPL 무대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희망의 증거가 등장했다. 뉴캐슬 구단이 박승수의 등번호를 발표한 것.
뉴캐슬 구단은 12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5~2026시즌 1군 선수들의 등번호를 발표했다. 새로 합류한 인물들과 유망주들을 총 망라했다. 여기서 등번호 부여 명단에 들어간다는 건 새 시즌 1군 잔류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박승수가 이 틈새를 뚫었다. 뉴캐슬은 확실한 1군 선수들의 등번호 발표 후 유망주 선수들의 번호도 함께 발표했는데, 박승수가 입단할 때 받았던 64번을 그대로 받은 채 이 명단에 포함됐다.
박승수는 입단 초기부터 팀의 신뢰를 받고 있다. 특히 하우 감독이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뉴캐슬에 입단한 박승수는 팀에 합류하자마자 좋은 기회를 얻었다. 뉴캐슬이 한국에서 프리시즌 투어를 진행했는데, 여기에 박승수를 포함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승수의 합류는 '마케팅 전략'으로 이해됐다. 한국 홈그라운드에서 박승수를 전면에 내세우면 상당한 인기를 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박승수는 팀K리그와의 친선경기에 교체 출전해 뉴캐슬 데뷔전을 치렀다.
그런데 여기서 움직임이 상당히 괜찮았다. 급기야 손흥민의 고별전이 된 토트넘 홋스퍼와의 프리시즌 매치에도 교체로 투입됐다.
뿐만 아니다. 영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하우 감독이 박승수를 계속 실전에 내보냈다. 지난 9일 홈구장인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에스파뇰(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는 급기야 선발로 홈 데뷔전을 치르기까지 했다.
박승수는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17분에 교체될 때까지 왼쪽 측면 공격수로서 팀에 많은 기회를 줬다. 드리블과 크로스 능력을 펼치며 하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하우 감독은 경기 후 "박승수는 앞으로 우리(1군)와 같이 훈련한다. 그는 그럴 자격을 얻을 정도로 잘 했다. 카메오로 나온 경기에서도 잘했고, 오늘 선발로 나와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 중 한명이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단 현재까지는 조짐이 좋다. 박승수는 하우 감독의 굳건한 신뢰와 기대를 받으며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 잘하면 1군 데뷔전은 어렵지 않게 가능할 수도 있다. 박승수가 한국축구의 새로운 희망 아이콘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