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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 청두가 들썩" 수뇌부 횡포에 손발 잘린 서정원, 구단 첫 ACLE 본선 진출 '신화'…K리그 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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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Hey! Asia! 우리가 간다"

중국슈퍼리그 클럽 청두 룽청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청두는 12일(한국시각) 중국 청두의 피닉스힐스포츠파크 축구장에서 열린 방콕 유나이티드(태국)와의 2025~2026시즌 ACLE 플레이오프(PO) 단판전에서 후반 양밍양의 선제골과 '전 광주 공격수' 펠리페의 멀티골로 3대0 완승을 거두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8년 창단해 2022년부터 중국 최상위리그인 슈퍼리그로 처음 승격한 청두는 3년만에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 포털 '소후닷컴'은 'ACLE 진출은 지난 몇 년간 클럽이 투자한 막대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앞으로도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적'의 중심에 서 감독이 있다. 서 감독은 2021년 청두 지휘봉을 잡아 1년만에 2부에 있던 팀을 1부에 올렸고, 2022년부터 CSL에서 5위-4위-3위를 각각 차지하며 팀을 진일보시켰다. 지난시즌 리그 3위 성적으로 아시아 티켓을 선물한 서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아시아 최고 레벨의 팀이 모인 ACLE 본선에 올랐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청두 구단은 올 시즌 개막 후 반년 넘게 서 감독과의 계약 및 자동 갱신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달 구단 고위 임원진이 선수단 전원이 참석한 팀 회의에서 서 감독의 리더십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며 서 감독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혔다. 이에 서 감독은 7월17일 텐진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겨울 이후 구단은 (우리)코치진을 신뢰하지 않았다. 의료진과 통역관을 해고했다. 코치진 계약은 (시즌이 시작된)3월에 체결되어 내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거의 없었다"라며 구단이 손발을 잘랐다고 폭로했다.

중국 축구계 관계자는 해당 발언에 대해 "서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 위해 '팔다리부터 자른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영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1~2년간 청두 구단 수뇌부의 잦은 변화 속 에이전트비 미지급 문제, 훈련장 대관 문제, 일방적인 선수 영입 등 크고 작은 문제에 시름 앓았다. 재계약 조항 발동과 같은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서 감독은 "후반기에 3개 대회(슈퍼리그, 자국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서야 하지만, 구단은 (선수 영입과 임대에 대해)나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구단이 하는)그 일을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구단이 코치진에 만족하지 못하면 가능한 한 빨리 알려주길 바란다. 우리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나와 소통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서 감독이 '폭탄'을 투하한 뒤 청두 구단의 스탠스는 우호적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확한 연봉을 언급하며 서 감독을 공격하던 일부 중국 매체의 비판 기사도 사그라들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경기에 집중한 서 감독은 컵대회 포함 최근 5연승을 이끌었다. 슈퍼리그에선 3위로 점프했고, FA컵 준결승에 올랐다.

ACLE 본선 막차를 탄 서 감독은 이로써 리그스테이지(조별리그)에서 울산 강원 서울 등 K리그 팀들과 맞대결할 가능성이 생겼다. 서 감독은 청두 부임 전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서 감독의 방한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최종 일정이 확정되는 리그스테이지는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열리고, 팀당 8경기씩 치러 최종순위로 16강 진출 여부를 가린다.

동아시아 지구에선 한국 3팀, 일본 3팀(비셀 고베, 산프레체 히로시마, 마치다 젤비아), 중국 3팀(상하이 포트, 상하이 선화, 청두), 태국 1팀(부리람 유나이티드), 호주 1팀(멜버른 시티), 말레이시아 1팀(조호루 다룰) 등 12개팀이 경쟁한다.

FA컵 포함 4연승을 질주하며 쾌조의 상승세를 탄 청두는 지난시즌 타이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방콕을 맞아 'K리그 출신' 펠리페, 호물로, 티모와 중국 대표팀으로 귀화한 미드필더 양밍양 등 주전급 자원을 총투입하며 승리 의지를 내보였다.

전반 상대의 골문을 열지 못하며 고전한 청두는 후반 23분 기다리던 선제골을 갈랐다. 호물로가 찬 코너킥을 중국 귀화 스타 양밍양이 문전에서 헤더로 받아넣었다. 서 감독은 선제득점 직후 주먹을 휘두르며 기쁨을 표출했다.

득점 혈을 뚫은 청두는 3분 뒤인 후반 26분 '브라질 골잡이' 펠리페가 역습 상황에서 델가도의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격차를 벌렸다. 펠리페는 후반 38분 호물로의 패스를 건네받아 왼발로 멀티골이자 승리의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펠리페의 멀티골, 호물로의 멀티도움을 앞세운 청두는 결국 3대0 승리로 ACLE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