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0년 만에 EPL 토트넘을 떠나 미국 무대에 진출한 손흥민(33·LA FC)이 일단 첫 발을 잘 뗐다. 10일(한국시각) 시카고 파이어와의 2025년 MLS(미국 메이저리그사커) 원정경기에서 후반 16분 교체투입해 약 30분간 저돌적인 문전 침투 능력을 보이며, 쇼킹했다는 의미를 담아 'Electric Shock(전기적 충격)'이라는 식의 호평을 받았다. 후반 31분 역습 상황에서 빠른 돌파로 페널티킥 반칙을 얻어내며 팀에 귀중한 동점골을 선물했다.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끝났다. 데뷔전 30분은 지난 10년간 EPL을 누빈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낯선 미국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예고했다. 정말 그럴까? 2024~2025시즌 주력(스피드)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손흥민은 앞으로 2년간 미국 축구계가 기대하는 대로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유일하게 MLS를 중계하는 방송사 '스카이스포츠' 이황재 축구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MLS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LA FC의 전술 스타일이다. 2022년부터 3년째 팀을 이끄는 스티브 체룬돌로 LA FC 감독은 배후 침투를 주 공격 루트로 활용한다. 손흥민이 아직 몸 컨디션이 최적의 상태가 아닌데다 미국 무대에 적응이 될 던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건, 감독의 전술 지시 때문이었을 것이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공간 침투는 토트넘 시절 손흥민이 줄곧 맡았던 역할이라 낯설지 않다. 이 위원은 "LA FC는 손흥민이 입단하기 전부터 그런 플레이에 집중했다. 드니 부앙가가 그 역할을 도맡았다. 손흥민 입장에선 전술적으로 '맞는 옷'을 입은 셈이다. LA FC는 손흥민의 합류로 두 개의 빠른 칼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체룬돌로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예정이다. 새로운 감독이 오면 전술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올 시즌엔 시카고전과 같은 전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가세하면서 LA FC의 공격은 더 날카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비록 페널티킥을 직접 차지 않고 부앙가에게 양보하며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지 못했지만, 앞으로 골 폭풍을 몰아칠 거라고 이 위원은 전망했다. 그는 "손흥민은 올해 남은 경기에서 10골 이상은 넣을 거라고 본다. 풀 시즌엔 20골 이상도 가능해보인다"며 "MLS 수비수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높지 않다. 대다수의 팀이 공격수 쪽에 '지정선수(구단 샐러리캡을 적용받지 않는 선수)'를 집중하면서 공격과 수비 레벨엔 갭이 생길 수밖에 없다. MLS가 유달리 많은 골이 터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MLS 경기를 보면 선수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미숙한 볼컨트롤이 등장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허술한 수비는 골잡이들에겐 최고의 먹잇감이다.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는 2023년 MLS 진출 후 56경기에서 39골, 올 시즌 18경기에서 18골을 넣고 있다. 이 위원은 "메시는 논외로 해야 할 선수지만, 손흥민 역시 인조잔디, 장거리 원정 같은 변수를 잘 이겨내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본다. 손흥민에 앞서 LA FC에서 뛴 올리비에 지루(릴)가 실패한 건 특이한 케이스로 여겨진다. 부앙가를 보라. 프랑스 리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선수인데, MLS에선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동기부여, 33만 LA 교민의 열렬한 지지 등이 더해져 미국 축구에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흥민은 17일 뉴잉글랜드와의 원정경기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