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원조 국민 MC 임성훈이 26년간 맡았던 소중한 '세상에 이런 일이' 하차 심경을 밝혔다.
1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인천국제공항 야생동물통제대 남학수·남중수 대원과 시로 독립을 외쳤던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그리고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국민 MC 임성훈이 출연했다.
수많은 방송 중 무려 26년을 진행한 '세상에 이런 일이'. 임성훈의 50년 방송 인생에서 반 이상을 함께 한 프로그램이었다.
1998년 1회를 시작으로 박소현과 1289회를 진행했다고. '세상에 이런 일이'는 최장수 공동 진행자로 박소현과 임성훈이 등재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TV역사에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
임성훈은 "MC로 저와 박소현 씨가 1회 때부터 그만둘 때까지 했다. 한 번도 바뀌지 않아서 기네스 기록을 받았다. 깜짝 놀랄 일도 많았지만 극한의 상호아에 닥쳤을 때. 그분들이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이겨내는 모습이 배움을 줬다"라 털어놓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순간이 제일 힘들었다'는 임성훈은 "내일이 녹화인데 오늘 갑자기 연락이 온 거다. 여동생 부부가 캐나다에서 산다. 어머니가 여동생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가셨는데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조카가 말을 못 잇더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멍하니 있다가 집에 돌아가 '비행기표를 빨리 알아봐 줘'라 했다"라 털어놓았다.
이어 "멍하니 어머니 사진을 보는데, 어머니가 평소에 '방송을 시작했으니 1순위를 방송으로 둬라'라 하셨었다. 어머니가 캐나다에서도 '세상에 이런 일이'를 빼놓지 않고 보시면서 모니터링을 하셨다. 나도 몰랐던 걸 어머니는 다 아셨다. 방송국에 다시 전화해 '내일 녹화하러 갈게요'라 했다. 그래서 비행기표를 바꾸고 녹화를 하러 갔다. 눈이 말도 못하게 부었다. 방송할 얼굴이 아니었다. 하필 마지막이 노모에게 효도하는 아들 사연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에 참았던 눈물이 올라왔다. 녹화를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다"라며 그때가 생각난듯 울컥했다.
쉬지 않고 달려온 26년의 세월, 임성훈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하차하게 됐다. 유재석은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셨다"라며 '좋은 프로그램을 26년간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라는 임성훈의 마지막 멘트를 읊었다.
당시 녹화를 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던 임성훈은 "그날 아침에 일부러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이 세상에 천년만년 하는 프로그램이 어딨냐.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인데. '오늘도 끝에 불과한 거다'라고 애써 생각하고 담담하게 녹화 잘 했다"라 했다.
이어 "그리고 마지막 멘트만 남았는데 잘하다가 끝부분에 딱 한 마디, '정말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습니다'라 하는데 참고 참았던 단어가... 제 말에 제가 (목에서) 딱 걸렸다. 박소현 씨가 옆에서 알고 마무리를 지어줬다"라 고백했다.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한 임성훈에 모든 스태프도 자리를 함께하며 26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임성훈은 "26년이라는 세월이 참 길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깨버리는 한여름 밤의 꿈같았다"라 털어놓았다.
이어 "다음날 '녹화 가야 하는데?' 생각이 들었다. 제일 두려워했던 게 다음 녹화였다. '그다음에 얼마나 허전할까?'가 두려웠다. 차를 몰고 나가 정처 없이 돌았다. 괜히 방송국 근처까지 가봤다가 '이제는 내가 보내는 내 시간을 연구하고 공부해야지' 했다. 그리고 '공백기가 하루도 없이 프로그램을 했다는 건 복받은 일이야'라 생각했다"라며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후에도 허전함을 느꼈던 임성훈은 "녹화 날마다 약속을 잡고 나갔다. 한 가지 일을 50년 하는 게 보람 있고 좋았는데 그만둔 다음에 뭘 할까가 어렵더라. 미리 준비해 놨으면 좋았을 텐데 못했다. 아직까지 해답을 찾고 있다"라 했고 유재석은 "오늘 나와서 해주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끝'에 대해 생각이 든다"라 공감했다.
'못다 한 클로징 멘트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임성훈은 "상상을 하고 예측해서 마음을 가불하는 게 어렵더라. 그래도 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고마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정말 여러분 덕이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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