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빛바랜 삭발 투혼? '하주석 벤클'에 묻힌 6이닝 역투…신민혁의 진심어린 사과 → 캡틴의 품격 [인터뷰]

by

[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도 몰랐다. 갑자기 (박)민우 형이 내 쪽으로 달려오더라."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삭발까지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일에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16일 창원 NC파크. NC 다이노스의 9대6 승리 후 만난 신민혁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가볍지 않았다. 7위에 그치고 있는 팀 순위에 대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신민혁은 이날 6이닝 4실점으로 역투했다. 1회초 2점을 먼저 내줬지만, NC 타선이 4-2로 뒤집었다.

하지만 5회초 노시환에게 동점 투런을 허용했다. NC가 2점을 추가하며 6-4로 달아났지만, 8회초 노시환이 연타석 동점 투런포를 쏘아올려 신민혁의 승리는 날아갔다.

그래도 토종 에이스다운 역투였다. 특히 이날 5-4로 앞선 6회초 한화 하주석과의 벤치클리어링에서도 침착하고 빠른 사과로 조기에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신민혁은 선두타자 하주석을 몸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삼진으로 잡고 소리를 지르며 포효했다.

덕아웃으로 돌아가려던 하주석이 흥분을 하며 신민혁에게 다가갔다. 입 모양을 보면 "뭐하는 거냐"라고 다그치는 모습. 박민우가 급히 달려와 하주석을 막아섰고,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신민혁의 사과로 마무리.

경기 후 만난 신민혁은 상황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하주석과의 승부를 앞두고 얼굴로 글러브를 가린 채 기합을 넣은 태도가 잘못이었다고 돌아봤다.

"앞서 홈런도 맞고, 상황이 답답하다보니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삼진 잡은 뒤로도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질렀는데, 그것 때문에 오해를 하신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 내 실수였다."

신민혁은 최근 고전을 면치못했다. 지난 1일 KT 위즈전(4⅓이닝 3실점 2자책 2홈런), 7일 키움전(6이닝 9실점 8자책 3홈런)에 잇따라 많은 홈런을 허용했다. 심기일전 한화전이었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짧게 밀고 오늘 경기에 임했다. 요즘 워낙 좋지 않아서 오늘은 꼭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바깥쪽으로 빼려던 공이 가운데로 쏠려서 오늘도 또 홈런을 맞았다. 그래서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용훈 투수코치는 "이미 준 건 다 잊어버려라. 다음에 올라가면 어떻게 할지 고민하자"고 조언하며 격려했다.

사실 5회까지 이미 4실점인데다 투구수도 86개에 달했다. 교체가 유력해보였지만, 이호준 감독은 그대로 신민혁을 6회에도 올렸다. 신민혁은 "나도 바뀔줄 알았는데 감독님께서 믿어주셨다. 더 잘하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소리도 지르고 그랬던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6이닝 98구로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드래프트 동기인 하주석을 뜯어말린 박민우가 더그아웃에선 신민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캡틴의 품격'을 보여줬다. 신민혁은 "벤치클리어링은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는데, 민우 형이 '정신차리고 네 할일 해라'고 딱 말씀해주신 덕분에 다음 결과가 좋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날 투구를 통해 신민혁은 5년 연속 100이닝을 달성한 KBO 역대 70번째 투수가 됐다. 신민혁은 "그런 기록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앞으로도 더 길게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창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