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경기 중 대화할 상대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하."
삼성 라이온즈 캡틴 구자욱은 원래 좌익수다. 하지만 14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16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3경기 연속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특별히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고, 박진만 감독이 타격에만 집중하라는 의미의 배려 차원 결정이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삼성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 원정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눈에 띈 장면은 16일 경기. 구자욱이 수비 이닝 동안 박 감독 옆에 붙어서 함께 야구를 지켜본 것. 보통 감독 옆에는 코치들이 자리하기 마련이다. 공격 때는 타격코치, 수비 때는 투수코치가 주로 자리한다.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수석코치만 옆에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선수가 바로 옆에 '딱' 붙어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비를 나가지 않아 더그아웃에 남아있던 구자욱. 박 감독이 또 한 번 배려를 했다. 함께 경기를 지켜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베테랑 반열에 오른 구자욱은 또 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볼 수 있는 기회. 경기 중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경기를 풀어나가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였다.
17일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박 감독은 "코치들이 다 뒤에 빠져 있더라.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안 온다"며 웃었다. 이어 "그래서 구자욱을 불렀다. '뒤에 있지 말고, 여기서 봐라. 앞에서 나와 얘기하면서 보자'고 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박 감독이 코치들의 외면(?)을 받는 건 절대 아니다. 보통 선발이 던질 때는 투수 파트가 조용하다 불펜 싸움으로 가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감독과 소통을 하기에 경기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박 감독은 "경기를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경기 중 대화할 상대가 있어서 좋더라"는 농담으로 다시 한 번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구 코치'의 감독 보좌는 그게 마지막이 될 듯 하다. 컨디션을 회복한 구자욱은 17일 롯데전에 자신의 좌익수 자리로 돌아갔다.
박 감독은 다시 외로움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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