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정말 좋은 투구였다. 큰 일을 해줬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탈환을 이끈 좌완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을 칭찬했다.
스넬은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시즌 3승(1패)째를 챙겼다. 다저스는 6대0으로 완승하면서 시즌 성적 70승53패를 기록해 지구 1위로 올라섰다. 샌디에이고는 다저스와 단두대 매치에서 내리 2패하면서 69승54패에 그쳐 지구 2위로 밀려났다.
다저스는 지난해 12월 FA 최대어 스넬과 5년 총액 1억8200만 달러(약 2529억원)에 계약해 눈길을 끌었다. 스넬은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인 2018년과 샌디에이고 소속이었던 2023년 2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좌완 에이스였다.
그러나 올해 어깨 염증 여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먹튀' 위기에 놓였다. 스넬은 올 시즌 5경기 등판이 전부다. 그만큼 기여도가 낮았는데, 다저스가 가장 마운드 보강이 필요할 때 복귀해 큰 힘이 되고 있다. 3승1패, 25이닝, 25탈삼진,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최근 1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갈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초반은 샌디에이고 타자들의 기세에 애를 먹었다. 스넬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샌디에이고에서 뛰었다. 스넬과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서로 장단점을 너무 잘 알기에 더 신중하게 승부해야 했다.
다저스 안방마님 윌 스미스가 없었다면 기적의 무실점 투구도 없었다. 1회초 선두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안타로 출루했는데, 2루 도루를 시도할 때 스미스가 저지해 아웃시켰다. 루이스 아라에스의 2루타와 매니 마차도의 안타로 1사 1, 2루 위기. 잭슨 메릴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2사 1, 2루까지 버텼는데, 잰더 보가츠 타석 때 더블 스틸을 시도하던 1루주자 마치도를 2루에서 또 잡았다. 스미스의 어깨로 아웃카운트 2개를 늘린 스넬은 첫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3-0으로 앞선 2회초 마찬가지. 선두타자 보가츠가 안타로 출루한 뒤 또 2루를 훔치려 했는데, 스미스가 바로 저지해 1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꿨다. 샌디에이고 주자들의 타이밍이 늦지 않았음에도 스미스가 2루로 던지는 족족 주자들이 죽어 나갔다. 샌디에이고는 더는 적극적으로 뛰기 어려웠다.
보가츠는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는 1마일 차이로 세이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미스의 어깨는 정말 대단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스미스 덕분에 스넬은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스넬은 처음 5타자 중 4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13타자 가운데 12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한 경기에서 첫 아웃카운트 4개 중 3개를 도루 저지로 잡은 포수는 지난 100년 동안 단 3명뿐이었다. 그만큼 희귀한 일을 스미스가 해낸 것.
로버츠 감독은 "샌디에이고는 스넬을 잘 안다. 스넬을 데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스넬을 공략할 수 있는 무언가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스미스가 훌륭한 송구를 해서 그들을 다 막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스넬은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좋은 안타를 생산했고, 스미스가 그들을 잡았다. 2이닝 동안 스미스가 아웃카운트 3개, 내가 3개를 잡았다. 그런 식으로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했다.
스넬은 "결과는 좋았지만, 더 보완이 필요하다. 이런 방법이 영원할 수는 없다. 내가 효율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고, 스트라이크존을 장악하지 못하면 내가 원하는 투구를 할 수가 없다. 결과는 좋았으나 나는 계속 지금과 다른 방식을 쫓아야 한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