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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선동열 뛰어넘은 1위겠나, 왜 감독은 '2군 충격 요법' 썼나…"네가 빠지면 어떻게 하는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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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본인이 빠지면 우리가 어떻게 경기하는지 한번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하고, 다시 열정이 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눈 한번 질끈 감고 내린 결단이었다. KIA는 후반기 들어 불펜 난조로 5강 싸움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마무리투수를 열흘 이상 전력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치르는 동안 정해영이 아무리 흔들려도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마무리투수의 숙명이라고 여기며 그동안 정해영이 팀의 승리를 위해 해준 몫들을 오히려 고마워했다. 올 시즌 51⅓이닝을 던지면서 26세이브를 챙기며 큰 힘이 됐다.

정해영은 타이거즈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이기도 하다. 2020년 1차지명 출신인 정해영은 2년차였던 2021년부터 마무리투수를 맡아 올해까지 5년째 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 결과 147세이브라는 성과를 냈다. 타이거즈 레전드 선동열의 132세이브를 넘어 구단 역대 세이브 1위 대기록을 썼다.

그런 정해영도 떨어진 구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후반기 8경기 평균자책점 7.71에 그쳤는데, 직구 구속이 140㎞ 초반대에 머물 정도로 공에 힘이 떨어졌다. 마운드에서 자신 없는 승부가 이어졌고, 이 감독은 결국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메디컬 체크를 해봤으나 몸에 이상은 없었다.

이 감독은 "(정)해영이가 컨디션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도 않고, 몸에 이상도 없다고 하는데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 보이니까. 어제(16일) 구속도 141~142㎞가 나오더라. 그래서 한번 빼게 됐다. 지금은 더 열정을 갖고 막 보여주면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열흘을 쉬게 하는 것도 본인이 빠지면 우리가 경기를 어떻게 하는지 한번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본인이 다시 열정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야기했다.

정해영이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보여준 투구 내용이 특히 실망스러웠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KIA가 9회초 1-2에서 3-2로 역전하고 9회말을 맞이한 상황. 정해영은 1사 후 안타, 볼넷, 안타를 차례로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KIA는 급히 조상우로 투수를 교체했으나 두산 대타 김인태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해 3대4로 끝내기 패했다.

이 감독은 "어제(16일) 같은 경우는 우리가 이기면 오늘까지 다시 연승을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만루를 만드는 모습이나 느낌이 지금은 (정해영이)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이겨야 되는 사람이고,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서 지금 이 땡볕에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무리투수는 자기 보직에 조금 더 애착을 갖고 던져줘야 하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이어 갔다.

구속 저하와 관련해서는 "지난주에 일주일을 쉬었기에 본인도 답답해하는 것 같다. 구속이 안 나오는데 계속 (마운드에) 올릴 수는 없다. 우리도 이겨야 하고, 컨디션을 다시 만들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해영이 없는 동안에는 상황에 따라 집단 마무리를 가동할 계획이다. 그중 1순위는 전상현이다.

이 감독은 "우선 마무리는 (전)상현이를 시킬 것이다. 한 점차 이럴 때 8회에 중심 타선이 걸리면 상현이를 쓰고, 9회는 집단 마무리로 가려고 한다. 원래 제일 좋은 정해영이 빠졌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성)영탁이를 안 올리면 영탁이가 마지막으로 갈 수도 있고, (한)재승이도 마지막에 갈 수 있다. 상황을 봐서 2명, 3명을 쓸 수도 있다.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하면 왼쪽에 (이)준영이를 올렸다가 오른쪽에 또 다른 선수를 올리는 등 최대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타이거즈 최다 세이브 투수의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다시 돌아오길 바랐다.

이 감독은 "본인도 굉장히 힘든 시간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본인한테 굉장히 큰 중요한 시기일 수도 있다. 우리가 경기하는 것을 밖에서 지켜보면서 본인의 책임감을 느꼈으면 한다. 빠져 있어서 될 선수가 아닌데, 우리가 어떻게 경기하는지 밖에서 보면 좀 단단한 마음으로 와서 (다시) 팀의 마무리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은 정해영이 없는 지금을 기회로 여기길 바랐다. 불펜에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기에 선발들이 더 긴 이닝을 버텨주길 바랐다.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경험치는 모자랄 수 있어도 자기들이 1군에 설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열심히 던져 줄 것이라 생각한다. 선발투수들의 힘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제 올러랑 네일, (양)현종이 (이)의리 (김)도현이가 다 이닝 능력은 있는 선수들이다. 선발투수들이 조금 더 길게 이닝을 끌고 가면서 선발투수들의 비중을 조금 더 늘리면 불펜들한테는 최소한의 이닝을 맡기면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