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럴거면 계약 발표는 왜 한 건가.
한 야구인은 송성문과 키움 히어로즈의 6년 총액 120억원 비FA 다년계약이 체결됐을 때 이런 말을 했다.
"도대체 이런 계약이 어디 있나."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다. 이제 1년 반 '반짝' 활약을 선수에게 이런 계약을 해주면 시장 질서가 무너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총액 120억원도 놀라웠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건 전액 보장 조건이었다. 리그를 평정한 슈퍼스타급 선수나 시장에서 정말 인기가 많은 특급 FA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호사였다.
그런데 이 야구인이 말한 건 금액, 조건 문제가 아니었다. FA와 다년계약은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 이제 막 꽃을 피웠지만, 앞으로 그 능력이 쭉 이어질 수 있을 거라 판단하면 과감한 투자는 할 수 있다. 이 야구인은 "그렇게 공을 들여 계약을 했는데, 내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은 막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송성문은 위에서 언급했듯 지난 시즌 중반부터 갑자기 기량을 끌어올렸다. 올해도 공-수-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난 같은 분위기였다. 지난해 초 열린 LA 다저스와의 '서울시리즈' 연습경기에서 인상적인 적시타를 친 후 '농반진반' 질문이 나왔었는데 올해 그 얘기에 불이 더욱 지펴졌다.
스타일이 비슷한 김혜성이 올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에 생각보다 좋은 조건으로 입단했고, 가서도 경쟁력을 보여주니 '이 정도면 송성문도 통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송성문은 처음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부정하다 갑자기 "김하성(탬파베이) 형이 '왜 무조건 포기하려 하느냐'고 얘기하더라"는 사연을 공개하며 살짝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하더니 최근 "포스팅 신청을 해보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송성문은 올시즌 후 메이저리그 포스팅 신청 자격을 얻는다.
송성문이 자격을 얻어 포스팅 신청을 하는 건 자유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이상한 건 키움의 스탠스. 송성문 계약에 야구계 전체가 화들짝 놀랐다. 키움은 계약 사실을 알리며 "내년에도 꼴찌를 할 수는 없다. 리빌딩 완성을 놓고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다"며 다른 이유 없이 야구 측면으로만, 전력 측면로만 집중해 맺은 거대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키움의 순수성에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랐다. 선수를 팔아 운영하는 팀 시스템 속에서, 이런 대형 계약을 맺은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이택근의 50억원 파격 계약 후 처음 있는 일이니 "무슨 꿍꿍이인가"라는 얘기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건 자신들 때문에 샐러리캡 하한 제도 논의가 본격화 되자, '우리도 돈 쓸 수 있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1년에 20억원 정도가 될 송성문의 연봉을 기반으로 제도가 도입됐을 때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키움 말대로 정말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라 계약을 하는 거면, 계약을 할 때 '메이저리그 도전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는 게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계약은 생색내며 미국 진출은 응원한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럴거면 다년계약 협상의 큰 틀은 잡아놓고, 송성문의 포스팅 결과가 안 좋은 방향으로 나왔을 경우 그 때 다년계약을 체결하고 발표를 했어도 늦지 않았다. 어차피 내년부터 발동되는 계약이다. 트레이드 문의가 엄청났다고 하는데, 그 트레이드도 구단이 응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왜 굳이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계약 발표를 했는지, 송성문이 포스팅 신청을 공언하니 의구심이 더욱 증폭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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