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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9연패' 참담한 현실, 김태형 감독의 쓰디쓴 미소 "자꾸 날 위로하려고 하는데…" [잠실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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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느덧 무승부 하나를 더해 9연패다. 손에 잡힐 듯 했던 선두권은 이제 가뭇없이 멀어졌고, 중위권의 살벌한 압박이 등뒤에 바로 닿을 지경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처한 현실이다. 롯데는 1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2대5로 패배, 기어코 연패 행진에 '9'를 새겼다. 생각도 못했던 두자릿수 연패의 위기다.

롯데의 정규시즌 9연패는 2005년 이후 20년만이다. 만약 그 이상 연패가 길어지면, 2003년의 15연패와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2003년과 2005년은 이른바 비밀번호 '8888577'의 암흑기라 오히려 충격이 덜했다. 올해처럼 상위권을 질주하던 와중에 갑작스런 연패는 훨씬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날 잠실구장 기자실은 포스트시즌마냥 꽉 찼다.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하는 전통의 엘롯라시코(LG-롯데전)인데다, 롯데가 개막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한 상황.

연패가 길어진 사령탑을 인터뷰하는 취재진도 고역이다. 하지만 경기전 만난 김태형 감독은 답답한 현실에도 의연했다. 그는 "사람이 왜 이리 많지? 오늘 기록 하나 나오나?"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롯데는 지난 17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연패를 끊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7회말까지 7-3, 4점차로 앞섰다. 하지만 8회 1사만루에서 조기투입된 김원중이 김영웅에게 동점 만루홈런을 허용했고, 9회초 역전까지 허용했다가 9회말 황성빈의 극적인 동점포로 다시 동률을 이뤘다. 그리고 연장 10, 11회 끝내기 찬스를 놓치며 무승부가 됐다.

김태형 감독은 "한화전도 삼성전도 아쉬웠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패 기간 타선의 침묵에 대해서는 "타격감이 전체적으로 떨어져있는데, 1~2선발들을 계속 만났다. 선취점만 뽑아주면 작전을 쓰기도 편한데, 2점 정도 쫓아가는 상황이 되면 결국 쳐서 점수를 내야한다. 그런데 지금 못치고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타선이 좀 반등한 것 아닌가'라는 말에는 "이번엔 투수가 못 던졌다. 경기가 안될 때는 그렇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반등하긴 했는데 이번엔 또 상대가 LG네"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가 개막 때부터 가장 상대하기 힘든 팀으로 꼽아온 팀이 LG다.

김태형 감독은 "연패가 너무 길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연패를 하더라도) 3연패하고 한 번 이긴 뒤 4연패를 당하는 등 중간에 끊을 수 있던 경기들이 있었는데…한화전, 삼성전 아쉬운 경기들이 있다"고 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내가 잘못해서 팀이 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다.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감독 입장에선 기다릴 뿐이다."

이날 선발 매치업은 새 외인 톨허스트와 벨라스케즈였다. 'LG가 처음 만난 투수에게 약하다'라는 말에는 "우린 더 못친다"며 한숨을 쉬었다. 결과적으로 사령탑의 말이 맞았다. LG 톨허스트는 다소 고전하는 와중에도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반면, 벨라스케즈는 5이닝 3실점으로 아쉬웠다.

"다들 날 위로해주려고 하는데, 참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며 애써 웃어보이던 김태형 감독. 이날 SSG가 동반 패배한 덕분에 가까스로 3위는 지켰다. 하지만 이제 턱밑에 닿은 팀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롯데는 언제 연패를 끊을 수 있을까. 이제 가을야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