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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푸른 잔디만 보이더라"…이런 책임감과 존재감, 40억 투자 효과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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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야구를 오래 했으니 무조건 끝났다는 생각은 들었죠."

허경민(35·KT 위즈)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KT로서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KT는 공동 5위로 4위 SSG에 1.5경기 차 뒤져 있었다. 3연전 결과에 따라서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였다. 3연전 중 기선제압이 필요했다.

KT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마운드르 지켰던 오원석에게 4점을 지원했다.

7회초 한 점을 허용한 가운데 8회초 위기에 몰렸다. 선두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최정의 타구가 3루 방향으로 향했다. 허경민이 잔발로 따라가 마지막 순간 몸을 낮춰 백핸드로 잡으려고 했지만, 공이 튕겨져 나갔다. 이후 한유섬의 안타로 1사 1,2루. 김성욱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오태곤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쏘아올렸다. 경기는 4-4 원점.

이후 류효승이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KT는 마무리투수 박영현을 조기에 투입했다. 박영현이 공 3개를 던진 가운데 대주자 정준재의 도루가 실패하면서 이닝이 끝났다.

9회말 KT는 앤드류 스티븐슨이 내야 안타를 치고 나갔고, 2루까지 훔쳤다. 허경민이 SSG 마무리투수 조병현의 포크볼이 다소 가운데 몰리자 받아쳤고, 좌중간을 완벽하게 가르면서 경기가 끝났다. 허경민의 개인 4번째 끝내기 안타.

허경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KT와 4년 총액 4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3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수비력은 리그 최고라는 평가. 2할 후반에서 3할 언저리의 타격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허경민은 "우리가 이기고 있다가 홈런을 맞게 돼서 이런 날 경기를 지면 정말 데미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연결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꼭 해결하고 싶었다"라며 "무조건 직구는 늦지 말자고 생각을 했다. 워낙 직구가 좋아서 그런 생각을 하고 들어갔는데 폭투가 나서 2루로 가는 순간 뭔가 기운이 내가 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으로 오는 포크볼이 조금 밀려서 떨어진 게 실투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끝내기를 친 순간 감정에 대해서는 "푸른 잔디밖에 안 보이더라. 야구를 워낙 오래했으니 무조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8회초 최정의 타구는 허경민에게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어려운 타구였지만 허경민이라 기대했던 타구. 당사자는 잡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자연스럽게 끝내기 안타를 치겠다는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허경민은 "그게 너무 아쉬웠다. 쉬운 타구는 아니었는데 글러브 포켓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게 나갔다. 한탄하고 있었는데 홈런이 되는 순간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래서 마지막에 어떻게든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허경민은 "오늘 경기 뿐 아니라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치열하다. 이런 경기 이기면 한 경기 이상으로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오늘 경기는 오늘 끝난거고 앞으로 중요한 경기가 남았으니 내일 경기부터는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파이팅을 해야할 거 같다"고 밝혔다.수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