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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홀린 '亞 리빙레전드'가 만난다…손흥민과 오타니가 새롭게 쓸 스토리 '기대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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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미국을 홀린 아시아의 '리빙 레전드'가 만난다.

손흥민(33·LA FC)은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신시내티 레즈전 시구자로 나선다. 오타니 쇼헤이(31)가 다저스의 선발로 등판하는 경기.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레전드가 마운드 위에 나란히 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그동안 수많은 한-일 양국 스타들이 미국, 유럽 무대를 누볐다. 1990년대엔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토네이도'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 박찬호 김병현 등 한국 스타들과 맞대결 했다. 유럽에서도 박지성, 나카타 히데토시를 시작으로 수많은 스타들이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리그 지배적 위치'의 한-일 스타가 동시대, 한 국가에서 뛴 적은 없었다.

손흥민과 오타니는 말 그대로 현재 미국 프로스포츠를 이끄는 아시아 스타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10년을 뛰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유로파리그 우승을 일군 손흥민의 미국 진출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니폼 판매량이 메이저리그사커(MLS)를 넘어 세계적 인기 선수인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를 앞질렀다. 데뷔 두 번째 경기인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전에서 맹활약하면서 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되는 등 유럽에서 쌓은 실력이 허울이 아님을 입증했다. 그가 나서는 경기장 마다 태극기 물결이 장관을 이루며 미국을 놀라게 하고 있다. 손흥민을 데려오기 위해 단장이 직접 영국으로 건너가 설득 작업을 펼치고 이적료와 연봉으로 5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LA FC와 MLS 사무국은 '손흥민 특수'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오타니는 MLB의 아이콘이다. 베이브 루스 이후 100여년 만에 투-타 겸업을 시도해 사상 최초 50-50, 양대 리그 연속 홈런왕,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홈런 동시 달성 등 엄청난 기록을 쌓아 올렸다. 아시아를 넘어 지금까지 MLB를 누볐던 어떤 선수보다 화려하고, 의미있는 기록을 쌓아 올렸다.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이 거론될 정도. 올 시즌에도 내셔널리그 홈런 선두(44개)를 달리고 있고, 부상 재활을 마친 뒤 선발진에 합류해 '이도류'를 이어가고 있다. 야구를 향한 열정과 겸손한 태도, 깨끗한 사생활로 미국,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다.

두 선수는 한-일 양국에서도 종종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종목은 다르지만 일찍이 자국 선수들이 해당 종목에서 쌓아 올리지 못했던 엄청난 커리어, 문화적 상징성 면에서 비슷한 위치이기 때문. 일본 팬들은 손흥민이 토트넘과의 결별을 발표했을 때 '한국의 오타니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떠난다'고 평하기도 했을 정도다.

시구는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 그러나 상황에 따라 그 상징성은 달라진다. 오타니가 선발 등판하는 날 손흥민을 시구자로 택한 건 '한-일 슈퍼스타의 만남'이라는 의미를 충분히 부여한 것이다. 두 선수가 찰나의 순간 마운드에서 나눌 이야기, 앞으로 LA에서 써내려갈 스토리는 양국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