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번 자동차는 어머니께 드릴 생각이다."
홈런 쳐서 고급 전기차 선물을 받아오는 아들, 사위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대박'을 터뜨렸다. 홈런 한 방에 5000만원 가까운 행운을 얻었다. 그것도 2년 연속이다. 무슨 사연일까.
KIA는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홈런 4방을 터뜨리며 12대9로 승리했다. 그 중 4회 최형우의 쐐기 스리런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0-3으로 끌려가던 KIA는 3회 나성범의 역전 스리런홈런 등으로 4득점 하며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여세를 몰아 4회 대거 7득점 하며 승부를 일찌감치 갈랐다. 8-3으로 달아난 무사 1,2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최형우는 키움 투수 김연주의 초구 139㎞ 가운데 직구를 강하게 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이 확실시 되던 큼직한 타구. 챔피언스필드 관중석이 함성으로 물드는 순간, 함성이 더 커졌다.
타구가 외야 우측에 마련된 'KIA 홈런존'을 직격했기 때문.
KIA는 2014년 챔피언스필드 개장 때부터 같은 위치에 'KIA 홈런존'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매년 간판 모델의 KIA 차량을 전시해두는데, 홈-원정 가릴 것 없이 홈런을 쳐 여기를 맞히는 선수들에게 해당 차량을 준다.
올해는 전기자동차 'EV4'가 전시돼 있다. 최형우가 직격한 'EV4'는 6개의 트림이 있는데, 가장 저렴한 모델이 4000만원대 초반이고 가장 비싼 모델은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KIA 관계자는 "보통 이럴 경우 중상 레벨의 트림의 차량이 선물로 주어진다"고 귀띔했다.
최형우는 지난해 처음 홈런존 영광을 누렸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홈런존을 맞힌 선수는 단 8명. 그 중 나성범, 소크라테스는 2번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었는데 최형우도 '멀티 클럽'에 가입했다. 8명의 선수가 모두 좌타자다. 이벤트 존이 우측 펜스 너머 멀찌감치 있으니, 좌타자가 힘껏 잡아당긴 타구가 제대로 맞았을 때만 갈 수 있다. 우타자가 밀어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위치. 오른손 타자에게는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몬스터월 밀어 넘기기 이상으로 미션 수행이 거의 불가능한 '그림의 떡'이다.
최형우는 "사실 요즘 타격감이 매우 좋지 않았다. 자신도 없었다. 홈런은 투수가 바뀌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자고 생각한 건데, 정말 운 좋게 정타가 나왔다. 이 홈런과 자동차 선물이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최형우는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홈런존에 갈 거라 직감했다. 작년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잘 맞았다"고 말하며 경험자의 여유를 과시했다.
이 자동차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일까.
최형우는 1초의 머뭇거림 없이 "어머니께 드리겠다"고 밝혔다. 최형우는 "작년에 받은 자동차는 장모님 드렸다. 어머님께는 차를 사드렸어서 장모님께 선물했는데, 계산해보니 어머님께 차를 사드린 것도 7~8년 된 것 같더라. 지금 바꿔드리면 딱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엄청난 '대박'에도 마냥 웃지 못했다. 경기 직전 수비를 하다 팀 동료 이창진이 다쳐 구급차로 실려갔기 때문. 최형우는 "창진이 생각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다"며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