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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0.00' KIA 신인 또 등장, 극찬한 레전드…왜 "특이하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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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특이하다."

KIA 타이거즈 신인 김정엽의 투구를 지켜본 김선우 MBC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의 말이다. 레전드 투수 출신인 김선우 위원은 20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중계 도중 1-6으로 뒤진 9회초 구원 등판한 김정엽을 유심히 살폈다. 1군 데뷔전을 치르는 생소한 어린 선수이기 때문.

김정엽은 지난 17일 부진 끝에 2군행을 통보받은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대신해 1군에 올라왔다. 2025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45순위 지명으로 KIA에 입단해 첫 1군 합류였다. 이범호 KIA 감독은 젊은 선수의 열정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고, 나흘이 흐른 시점에 5점차로 뒤진 경기에 처음 기회를 줬다.

김정엽은 부담 없는 상황에서 자기 공을 던졌다. 초구 시속 148㎞짜리 직구를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로 꽂으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선두타자 박주홍과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3루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박주홍과 10구 싸움을 하며 진땀을 뺐지만,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키움 강타자 송성문과 임지열이 차례로 타석에 섰는데, 두 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깔끔하게 공 15개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19살 어린 선수의 데뷔전. 박수받기 충분한 투구 내용이었다.

김선우 위원은 "투구 폼이 부드럽다. 직구는 공 끝이 살짝 휘는 느낌이다. 포심을 던지는 타점이 아주 좋다. 낙차 큰 너클 커브를 던지는 것 같다. 키킹하고 팔을 빼는 동작이 부드럽다"고 김정엽을 칭찬했다.

단 한가지 우려가 되는 포인트를 짚었다. 김정엽은 투구하면서 공을 손에서 놓기 전에 고개가 먼저 숙여지는 버릇이 있었다. 타깃을 끝까지 보지 않고 공을 던지는 것이기에 이론적으로는 제구가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김정엽은 15구를 던지면서 볼은 4개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김선우 위원은 두산 베어스 역대 좌완 최다승(101승) 투수인 유희관을 떠올렸다. '느림의 미학'으로 불리는 유희관은 시속 130㎞ 언저리의 직구 구속으로도 1군에서 무려 101승을 거뒀는데, 제구 감각이 아주 빼어나기로 유명했다. 그런 유희관도 공을 손에서 놓기 전에 고개가 먼저 숙여지는 유형이었다.

김선우 위원은 "KBO에서 고개 숙이면서 제구를 가장 잘했던 투수가 누구냐. 신기하게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제구가 좋은 투수인데 고개가 숙여진다. 이론적으로는 맞지 않는다. 이 선수도 그렇다. 하나 단점이 고개를 먼저 숙이는 것인데, 제구가 흔들릴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아서 특이하다. 고개가 먼저 숙여지기 때문에 커브가 빠지고 제구가 안 될 수 있는 게 단점일 수 있는데 마운드에서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며 놀라워했다.

김정엽은 KIA가 공을 들여 육성한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지난 6월 구단의 선택을 받아 김세일, 양수호 등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트레드 어틀레틱스에서 한 달 동안 연수를 받았다. 트레드 어틀레틱스는 메이저리거들도 찾는 투수 전문 훈련 기관이다.

미국 유학 이후 김정엽은 180도 다른 선수가 됐다. 성적이 말해줬다. 미국에 가기 전까지 퓨처스리그 9경기에서 1승1패, 1세이브, 17⅔이닝, 평균자책점 11.21에 그쳤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등판한 8월 4경기에서는 2홀드, 4이닝,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불펜 수혈이 절실한 1군에서 그를 콜업한 배경이다.

KIA는 올해 곽도규(팔꿈치 수술) 황동하(교통사고) 윤영철(팔꿈치 수술) 등 핵심 전력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시즌 내내 투수진 운용에 애를 먹었다.

김정엽이 나타나기 전까지 발굴한 새 얼굴은 성영탁이 유일했다. 성영탁은 지난 5월 처음 1군에 등록돼 데뷔전 이후 17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구단 역대 1위, KBO 역대 3위에 올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짝 활약에 그치지 않고 성영탁은 필승조까지 꿰차며 현재 KIA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신인 1라운드 김태형과 2라운드 이호민도 1군에서 기회를 얻어 씩씩하게 공을 던졌지만, 붙박이로 머물기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새 얼굴이 나오지 않아 트레이드로 김시훈과 한재승을 수혈했으나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김정엽은 데뷔전에 자신의 기량을 일단 충분히 보여주면서 기회를 잘 살렸다. 이제 성영탁처럼 1군에서 꾸준할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김정엽은 5강 싸움이 치열한 막바지 KIA에 힘을 보탤 또 한 명의 성영탁이 될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