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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연' 남우조연상 이광수 "유재석 형 축하에 울컥..'청룡'에 자존감 충전"(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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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절친한 배우 도경수가 대신 꿔줬던 꿈이 트로피로 돌아왔다. 이광수는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드라마 '악연'으로 남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되면서 박수를 받았다.

최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스포츠조선 사옥에서 만난 이광수는 7월 18일 시상식 당시를 떠올리며 "다른 후보 분들이 워낙에 쟁쟁했기에 기대를 하지 않았고 못했다. 그래서 (윤)경호 선배님은 끝난 뒤에도 제 목을 조르고 가셨다. 개인적으로 (수상이) 다행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다"며 농담 섞인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수상이 확정돼 호명되기까지도 자신의 수상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광수는 "그날 아침에 (도)경수한테 진짜 전화가 왔다. 원래 꿈을 잘 안 꾸고 꿈을 꾸더라도 기억을 못하는 친구인데,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전화를 했다고. 제가 비행기에서 모발이식을 받는데 제가 죽었단다. 그래서 너무 진짜 같아서 엄청 울었다고 하더라. 제가 아침부터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고 끊었는데, 괜히 찜찜하니까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지인이 죽었는데 자기가 울지 않으면 흉몽이고, 본인이 울면 길몽이라고 하더라. 경수에게 '네가 울어서 좋은 꿈'이라고 얘기했다. 수상을 해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순간적으로 말할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얘기했는데 유쾌하게 봐주셔서 다행이었다"며 웃었다.

유쾌했던 수상소감과는 달리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이광수다. 그는 "처음에는 울컥했다. 진짜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존감이 올라갈 일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은데, 뭔가 잘 살고 있다는 그런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감격스러웠던 것 같다. 제가 그렇다고 자존감이 낮지도 않은데, 점점 나이가 들고 현장에서도 후배들이 많아지니까 주변에서 칭찬을 받거나 뭔가 잘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혼이 난다거나 하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더라. 내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많아지고 사실 좋은 이야기를 듣고 칭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더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수상 이후 축하의 말들도 쏟아졌다. 이광수는 "(수상 이후) 연락이 진짜 많이 왔다. '악연'을 보시고 재미있게 잘 봤다는 연락도 주셨는데, 거기에 연락이 오지 않았던 분들까지도 다 연락이 오셨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라 고마웠다. 가족들도 기뻐해주고 조카도 자기 얘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음성 녹음을 해서 보내줬다. 그리고 (도)경수도 '형 상받았던데요?'하면서 축하하고, (김)우빈이도 축하를 많이 해주고 감격을 하는 스타일인데, 전화도 오고 문자도 오고 했다"고 했다. 또 장기 연애 중인 공개 연인 이선빈도 축하를 해줬다고. 이광수는 "그전에도 저한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기대하더라. 느낌이 좋다고 했다. 상을 받고 나서도 제일 먼저 문자가 왔는데, 다행히 제일 먼저 문자가 왔다"며 웃었다.

이광수는 시상식 다음날 곧바로 유재석과 '핑계고' 촬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최근 공개된 회차에서는 유재석과 이광수의 생일을 자축하는 동시에 그의 수상에 대한 축하의 말이 이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이광수는 "'핑계고'를 재미있게 찍었는데, 녹화가 끝나고 마지막에 '수고하셨습니다'를 한 뒤 헤어지는데 마지막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내려가는 중에 형님이 카메라도 없이 '자랑스럽다'고 하셨는데 그때 또 약간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형이랑 워낙 친하기도 하고, 그런 얘기를 잘 하지 않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후에 '광수야, 진짜 자랑스럽다'고 해주셔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형 자체가 그런 얘기를 잘 안 하시기도 하고 저도 그런데, 형 덕분에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광수는 '악연'을 통해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단순한 악역을 넘어서 반전까지 보여주는 인물로서 활약한 것.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광수가 '악연'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완벽한 유효타를 날렸다"는 극찬을 쏟아냈다. 이광수 역시 '악연'을 보며 욕심이 생겼다는 설명. 그는 "시나리오를 보면서부터 욕심이 생겼다. 대본대로만 내가 잘 해내도 많은 분들이 새로운 모습을 봐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장에서도 같이 작업한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박)해수 형도 사람 자체의 분위기가 있기에 같이 앵글에만 잡히더라도 나도 배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실제 성격이 의심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는 그는 "그 말이 가장 기분이 좋은 말인 것 같다. 현장에서도 그런 말을 듣는 게 기분이 좋다. 예전부터 악역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게 악역으로서의 매력인 것 같다. '광수인지 몰랐다'는 말도 좋다. 친근한 이미지가 악역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악역을 할 수 있는 게 기쁘다. ('악연'을 통해) 살면서 그 정도의 욕은 처음 분출해봤는데, 욕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붙는 것 같다. 더 맛있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욕을 어떻게 해야 맛있는지 감이 온다. 다음에 한다면, 더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광수는 그동안 예능 이미지, 희극인실 회비 등과 관련한 질문을 꾸준히 받아올 정도로, 11년을 함께했던 '런닝맨'과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돼있다. 이에 이광수는 "예능 이미지라는 것을 제가 가지기도 전에 주변에서 많이 말씀을 해주셔서 초반에 '이걸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게 제가 노력을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10년을 넘게 '런닝맨'을 하면서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았고,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내가 걸어온 길인데, 그걸 내가 없애고 싶다는 것은 모순인 것 같다. 내 10년 넘는 시간을, 어떻게 보면 내 젊음을 기억에서 지워달라고 하는 것은 나에게도 너무 가혹한 일인 것 같다. 그때의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도, 지금의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도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예능인으로서의 수상에도 욕심은 난다.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도 남자 예능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예능가에서의 활약도 여전하기 때문. 이광수는 "지금 저는 예능과 연기를 동시에 하고 있고, 둘 다 잘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양쪽에서 찾아주시는 것도 감사한 응원의 의미 같다. 비록 희극인실의 회비가 제 의지와 달리 쌓이고는 있지만, 회비를 낼 예정은 없다. 돈을 내기는 좀 그렇다"며 농담했다.

'악연'으로 새로운 장을 열어낸 이광수는 '조각도시'와 '골드랜드'를 통해 악역 행보를 이어갈 예정. 이 과정에서도 청룡시리즈어워즈의 트로피가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수는 "지금 잘하고 있다는 칭찬 같다. 그게 저에게는 가장 큰 의미"라며 "현장에서 제가 선배의 입장으로 가다 보면 불안함이 없을 수가 없다. 나는 아직 어린 것 같고 후배의 입장인 것 같은데 문득 스태프들이 나보다 어려졌을 때 '내가 언제 이렇게 됐지' 싶은 생각도 든다. 어릴 때는 형들이 분위기를 좋게 해줬는데, 이걸 이제 내가 해야 하는지 생각도 든다. 칭찬이 고팠던 시기에 영광스럽게 상을 받아서, '지금까지 잘 왔고, 맞는 길로 잘 가고 있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상이다"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