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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보다 화나고, 집에 가고 싶을 때...KIA 팬들 눈이 휘둥그레 '김정엽이 누구야?' [광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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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김정엽이 누구야?

KIA 타이거즈팬들은 2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을 보며 속이 터졌을 듯.

3회 연속 실책으로 상대에 한꺼번에 4점을 줬다. 그리고 방망이는 터지지 않았다. 키움 선발 알칸타라의 구위가 워낙 좋기는 했지만, 3회 김석환의 솔로포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무기력했다. 19일 홈런 4방을 터뜨리며 12점을 뽑은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1대6으로 완패. 5강 싸움에서 갈 길 바쁜 KIA인데, 최하위 키움에 발목이 잡히는 건 치명타였다.

그래도 위안거리가 있었다. 패색이 짙은 9회초, 집에 돌아갈 발걸음을 붙잡게 만든 낯선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야구에 정말 관심이 많은 팬 아니라면 '누구?'라고 할 선수가 기대 이상으로 씩씩하게 공을 뿌리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은 고졸 신인 투수 김정엽. 부산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 뽑혔다. 지난 17일 처음 1군에 등록됐는데, 등판 기회가 없었다. 만약 1-4 상황이었다면 9회 필승조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8회 2점을 더 주며 사실상 수건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범호 감독은 어린 투수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프로 무대 데뷔, 첫 상대는 박주홍. 초구 결과에 따라 신인 선수들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초구가 완전히 빠지거나 얻어맞으면 자신감을 잃고, 원하는대로 공이들어가면 자신감을 얻는 거다. 엄청난 차이다. 직구가 높게 들어갔는데, 정말 ABS존 상단 끄터머리에 걸쳤다. 스트라이크. 사람 심판이었다면 볼일 가능성이 높았던 공. 행운이었다.

씩씩했다. 박주홍이 1B2S 상황서 연속 4개 커트를 해냈다. 그러면 신인 투수는 '어디에 어떻게 던지지'라는 생각에 움츠러들 수 있는데,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3루 땅볼로 잡아냈다. 이 말인 즉슨, 일단 존 안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 타자는 키움 간판 송성문. 4구 만에 2루 땅볼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 임지열은 초구를 건드려 내야 땅볼. 그렇게 김정엽의 데뷔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15개 공을 던졌는데 직구 9개, 커브 4개, 슬라이더 2개였다. 위력이 있는 직구는 인상적이었고, 변화구는 아직 구위나 제구 모두 어설펐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무실점 피칭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박수를 받을만 했다.

김정엽은 KIA가 150km를 던질 수 있는 가능성만 보고 지명한 선수다. 제구에서는 많은 불안감을 노출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올 여름 미국 피칭 아카데미인 '트레드 어틀레틱스'에 파견을 보냈다. 구위는 좋은데, 제구 불안이라는 특징을 가진 김정엽, 김세일, 양수호 세 유망주를 보낸 것이다. 그 투자가 결실을 맺을 가능성을 김정엽이 보여줬다. KIA 관계자는 "김정엽이 미국에 다녀온 후 제구가 많이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