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에베레치 에제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토트넘보다 아스널이 먼저였다.
토트넘은 올여름 '리빙 레전드' 손흥민의 이탈과 함께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의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토트넘이 특별히 공을 들인 쪽은 역시나 공격이었다. 이적시장이 열리고 빠르게 모하메드 쿠두스를 품었고, 손흥민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선수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후보들 가운데, 에제도 토트넘의 영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퀸즈파크레인저스에서 처음 프로 무대에 데뷔한 에제는 2020년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하며 본격적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선수다. 2023~2024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31경기에 출전해 11골 6도움을 기록해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고, 2024~2025시즌에는 공식전 43경기 14골 12도움으로 팰리스의 FA컵 우승까지 이끌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좌측 윙어를 소화하는 다재다능함과 화려한 드리블, 뛰어난 패스와 시야 등이 장점이기에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의 빈자리를 잘 채워줄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토트넘은 곧바로 적극적인 영입에 나섰다. 토트넘은 에제와 개인 합의에 성공했고, 팰리스와 계약 합의에도 근접하며 사실상 이적 서류에 사인만 하면 되는 상황까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아스널의 참전으로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아스널은 카이 하베르츠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생기며, 곧바로 에제 영입에 돌입했다. 아스널이 구애의 손길을 뻗자 에제는 곧바로 토트넘 대신 아스널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스포츠 언론 디애슬레틱은 '아스널은 팰리스와 에제 영입을 위한 합의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에제는 왜 토트넘과 계약 임박까지 간 상황에서 곧바로 아스널로 방향을 틀었을까. 하베르츠의 이탈을 고려해도 에제가 활약할 기회가 더 많은 쪽은 뎁스가 얇은 토트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에제에게는 토트넘보다 중요한 꿈이 있었다.
영국의 BBC는 '에제의 아스널 이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며, 이는 토트넘을 향한 단순한 심리적 타격이 아니다'라며 '에제는 어린 시절부터 아스널 팬이었다. 그는 13세까지 아스널 아카데미에서 성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토트넘 이적을 원했을지 모르지만, 아스널이 제안을 건네자, 토트넘은 그저 북런던의 일부에 불과했다. 에제는 2011년 아스널에서 방출되고 일주일을 내내 울었다고 인정했다. 이제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기회가 많은 토트넘보다, 아스널에서 다시금 성공하길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으로서는 아스널의 오랜 팬이자, 애정을 갖고 있는 에제의 결정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